마음은 집시 2박 3일의 수학여행. 첫날의 들뜬 분위기와 혈기들도 둘째 날이 되자 그것도 다들 시들해졌는지, 피곤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놈에, 담임 눈을 피해 맨 뒷자리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놈에, 지성인답게 책을 들여다보는 놈에, 그것도 아니면 무심히 창밖에 시선을 주고 있는 놈에... 아침부터 ..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7.02.21
천년송의 비밀 오이나 호박 따위 덩굴작물들을 키울 때 맨 처음 열리는 꽃다지를 따 주면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식물이 오로지 자손번식의 일념으로 열매를 많이 맺는 것이다. 종족 번식의 본능은 사람도 역시 강하다. 교수형을 당한 사람은 성기가 팽팽하게 발기해 있다고 한다. .. 서늘한 숲/숲에서 2007.02.11
지하철 청정한 곳을 찾아나서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집을 떠나 낯선 하늘 아래 낯선 바람을 맞는 건 어디나 다 설레고 고독하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있다. 난 이 지하철이 참 좋다. 시간만 무한히 주어진다면 하루종일, 아니 여러 날을 지하철만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21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친구가 죽었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나랑은 별로 친하지 않은 그 아이가, 그래서 왜 죽었는지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자살이었다. 자취방 안에 연탄을 들여놓고 가스를 마셨다. 하얗게 서리가 내리던 늦가을이었다. 을씨년스럽게 방문을 열면 보도블록 깔린 마당에 싸늘하게 덮여..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6.11.18
엽서 인도로 떠난 친구가 엽서를 보내왔다. 늘 떠남에 갈급해 하는 내게 그녀의 글월은 신기루였다. 세상은 무한히 넓은데... 나의 발과 열정은 더없이 푸르른데... 벌써 한 해 전의 일이지만 난 아직도 네팔의 눈덮인 고봉준령을 꿈꾸고 있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04
길 위에 서면 늘 외롭다 긴 밤이 끝나고 새벽 여명이 밝아올 때 바라보는 들판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그 위에 머뭇거리는 어둠, 산 위로 희번히 번지는 동, 난 이 풍경이 참 좋다. 기차에서 그 풍경을 본다. 한밤중에 깨어 또다시 정선 골짜기를 나온다. 문을 열고 길을 나선다는 건 늘 설레고 즐거..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