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그늘 아래서 나뭇잎이 떨어진다. 계절은 또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은행나뭇길이다. 언제부턴가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부쩍 많아졌다. 한여름의 무성한 녹음도 좋고 조락의 계절 내려덮이는 노란 잎은 더욱 좋다. 심신이 지친 도시인들에게 가을 은행잎은 센티멘털한 낭만과 혹은 슬픈 감성을 준다. 그런데 나는 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7.10.17
덤받이 요즘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를 보면서 느끼는 단상. 중년도 넘긴 남녀가 재혼을 해서 새 가정을 꾸민다. 그러나 여자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전남편의 자식을 데리고 들어간 자격지심에 늘 굽죄이고 지낸다. 여자는 그런 것이다. 아직도 이 사회는 여자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모른다. 재혼한 여..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7.10.04
내원동의 밤 내원동 사람들. 그들은 자연인이다. 주왕산 깊은 그곳. 그들은 산처럼 물처럼 살고 있었다. 내 어린 시절의 그것처럼. 사치한 내 눈으로 보기엔 그랬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몹시 불편해하고 있었다.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하나 둘 이곳을 떠나 지금은 몇 집 남지 않았다. 그래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7.09.27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려면 머루와 다래는 꼭 먹어줘야 제격이다. 이곳 스무골에는 다래덩굴이 엄청 많다. 많긴 한데 다래 열매가 열리는 덩굴은 드물다. 어쩌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덩굴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 까마득한 낙엽송 꼭대기에 올라가 있어 도저히 따기 어렵다. 나만이 아는 장소가 있다...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7.09.20
달이 나에게 밤이 몹시 추워 여러 번을 깼다. 도저히 잠이 편칠 않아 일어나기로 했다. 새벽 2시. 텐트는 그만두고라도 침낭은 겨울용으로 한 장만해야겠다. 눈은 떴으나 밤 추위로 몸이 떨려 꼼짝하기가 싫었다. 계절은 아직 깊은 가을은 아니었다. 그러나 움직여야 했다. 또다시 길을 가야 한다. 물을 받아다 텐트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7.09.19
가을날의 서정- 정암사에서 여름은 완전히 갔다. 정암사 담장 밑으로 소스라쳐 흐르는 물에 찬 기운이 서려 있다. 비온 뒤끝이라 수량이 많다. 근 2주를 하루도 빼지 않고 내리던 비가 그치고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햇살이다. 새벽에 화절령을 넘어 왔다. 숲에도 고갯마루에도 풀섶에도 온통 안개 세상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신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7.09.10
김범룡에 의한 청춘의 편린들 1 .예지몽 드라마 ‘대조영’을 보는데, 당(唐)의 측천무후가 정신이 투미해지고 판단력도 흐려지면서 노망 끼가 보인다. 뜬금없이 나라에 역모를 꾀하는 자들이 있다면서 꿈에 선황이 일러줬다는 거다. 나라가 망하려면 군주가 황당무계한 징조를 보이는 게 역사적으로 보아 당연한 수..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7.09.04
더러움의 가치 화장실이 좋을까 뒷간이 좋을까? 당연 화장실이 좋지. 얼마나 깨끗한가 말여. 거기 앉아서 밥을 먹어도 욕지기가 안 나온다. 똥을 누고 버튼만 누르면 물이 나와 샤악~ 사라져 버린다. 그뿐인가. 향수도 놓아두니 냄새도 좋지, 물 대빵 잘 나오니 샤워 목욕도 하지, 빨래도 하지. 예..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7.09.03
그 뜨거운 날 승부에서 석포까지 승부역에서는 두 사람이 내렸다. 원래가 영암선 열차는 승객이 많지 않다. 게다가 승부역은 하루 세 번 정차하는 간이역이다. 이 산악지방은 방금 타고 온 그 기차 아니면 교통수단이 전혀 없는 오지다. 여행관련 책자에는 많이들 추천하는 곳이지만 실제로 도다녀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