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까치밥 이야기와 된장녀

설리숲 2006. 10. 8. 22:51

 덕수궁 정문 옆에 <까치밥 이야기>

 조그만 식당이다. 탁자도 여섯 개 밖에 안 되는...

 

 한 탁자에 자리한 사람들이 몹시 시끄럽다. 네 사람이다. 외국인 남녀에 한국여자가 둘.

 한국여자들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연해 깔깔대고 웃어댄다. 에티켓은 멀리 안드로메다에 보냈는지 몹시 거슬리고 짜증난다.


 “저 여자들은 당연히 영어를 알아듣고 저리 웃겠지?”


 내 앞에서 식사를 하던 그녀도 역시 비위가 상하는지 저쪽에 들리지 않게 빈정댄다.

 

 보면 주로 얘기하는 사람은 외국인 남자고(그것도 말이 많은 건 아니고) 간간히 외국인 여자가 한마디 씩 거드는 게 고작이다. 두 외국인만이라면 아주 조용하기 그지없겠건만 유독 시끄러운 건 두 한국여자들이다.

 물론 영어를 알아들으니까 깔깔대는 거겠지만 내가 보기에 외국인이 말하는 모양새가 그리 웃긴 얘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저 점잖기만 하지 얼굴에 웃음기는 하나도 없다.


 “저 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고픈 거야. 외국인과 친하다는 것, 또 그들과 영어로 주고받는 게 저들 딴엔 자랑스러운 거겠지. 웃기지도 않는데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잖어”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 공연히 씁쓸해지며 근래 떠오르는 신조어인 ‘된장녀’가 생각나는 것이다.

 뭐 그런 풍경이야 한두 번 본 거 아니다. 글쎄 저들은 그게 자랑스러울지 몰라도 내 보기엔 하나도 부럽지 않다.

 

 "쓸개 빠진 놈!!"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아이들 야단칠 때 쓰던 핀잔이었는데 살아가다 보면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그 여자들 쓸개가 빠졌는지 어떤지는 모르나 제발 다른 사람들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밥 먹는데나 신경 쓸 일이다. 안드로메다에 유학 보낸 에티켓 데려오는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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