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망아지 둘째누이와 막내 누이가 그중 잘 어울려 놀았다. 가끔은 나도 끼워주곤 했다. 하긴 아직 코흘리개인 막내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의무감도 있긴 했다. 아부지 엄마는 늘 논밭에 나가야 했고 큰 누이가 집안일을 했다. 첫딸은 살림밑천이라더니 과연 큰 누이는 집의 든든한 대들보였다. 나 ..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8.02.02
적과의 동침 - 이(蝨) 저녁이면 이를 잡았다. 등잔불은 침침해 뭐 뵈지도 않건만 너도 나도 내복을 벗어 솔기를 톺았다. 이놈의 이. 겨울만 되면 몸서리치도록 극성을 부렸다. 가려움도 면역이 되는지라 웬만한 건 그럭저럭 참기도 하지만 엔간히 물어야지. 아이들에겐 이 잡는 것도 재미였다. 내복을 톺다가 ..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8.01.31
눈 눈이 내리면 산골은 고요하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산골은 늘 고요하지만 하얗게 눈이 내려 덮이면 길짐승도 날짐승도 그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눈을 쓸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뿐. 요즘은 발목 정도만 와도 대설경보니 뭐니 해서 호들갑스럽지만 내 어린 시절엔 참 눈이 많이 왔다...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8.01.28
화절령... 그 아침... 그 안개 속에서 숲에도 오솔길에도 풀섶에도. 등성이에도 고갯마루에도 저 아래 잠들어 있는 사북의 천공에도. 안개 안개 안개... 세상은 온통 안개였다. 징조가 좋았다. 안개가 끼면 맑은 날이라는 게 맞는다면 그날의 새벽안개로 봐선 쾌청한 날이 되리라는. 이 지방엔 정확히 12일간 비가 내렸다. 지겨운 놈의 비. 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25
무서운 광경 개그맨 지상렬이 방송에서 개고기를 안 먹는 이유를 말했다. “어릴 적 어른들이 개를 매달아 죽인 다음에 물이 펄펄 끓는 솥에다 집어넣었다. 근데 아직 숨이 붙어 있었는지 개가 솥에서 뛰어나와서는 정신이 없는 가운데도 주인을 보고는 다가와서 꼬리를 흔들더라. 그래서 개는 잡아..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8.01.23
개똥벌레 아이들은 논으로 가곤 했다. 뜨거운 여름 한낮에도 진종일 들판을 뛰어다니고도 성에 차지 않아 저녁밥을 먹기 바쁘게 또다시 캄캄한 개울가로 나갔다. 어두운 개울의서의 멱감기는 한낮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아이들이 쳐대는 물장구에 하얀 포말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낮에는 계집애..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8.01.21
요즘 여자들이 너무 편하다구요? 얼마 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30~40년이다. 우리가 이만큼 문명의 이기를 쓰면서 편리하게 생활한 게. 불 때서 밥을 하고, 고무장갑도 없어 맨손으로 얼음장 물에 빨래를 하던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남자들이 흔히 그런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 세상 좋아져서 전기밥솥에, 세탁기, 청소기, 냉장..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21
가을 국화차 10월 중순부터 서리 내릴 때까지 가을이면 감국 산국을 채취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감국 산국은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국화의 일종으로 그 맛은 쓰면서도 달다 약효성분으로는 해열, 해독, 진통, 발열, 두통, 현기증, 귀울림, 눈병, 종양의 통증에 이용하기도하며 요즘엔 웰빙시대에 맞추어 국화 베..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19
땔감에 대하여 “맨 지천인 게 나무니 난방비 안 들어서 좋겠다.” 보통 이런 말들을 하기 일쑤다. 뭐 주위가 온통 나무숲이니 노동만 하면 난방은 문제없지. 문제는 그 노동력이란 게 만만치 않다는 것. 2~3일 회사 출근하면 한 달 치 기름 값은 번다. 그러나 숲속의 나무로 한 달 치 땔감을 만들려면 사나흘로 어림없.. 서늘한 숲/숲에서 2008.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