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요즘 여자들이 너무 편하다구요?

설리숲 2008. 1. 21. 19:56
 

 얼마 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30~40년이다. 우리가 이만큼 문명의 이기를 쓰면서 편리하게 생활한 게.

 불 때서 밥을 하고, 고무장갑도 없어 맨손으로 얼음장 물에 빨래를 하던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남자들이 흔히 그런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 세상 좋아져서 전기밥솥에,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가스렌지 죄다 여자들 편하게 만들어 줬다고. 특히 나이든 어른들이 그런다.

 그러면서 요즘 여자들 너무 편해서 탈이다, 엉뚱한 짓거리만 하고 다닌다며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에이 여보슈다!!

 그게 말이 되냐 말이지.

 세상 좋아져서 여자들 편한 물건만 만들었냐 말이지.

 농사짓는 농기계들은 누가 쓰며, 자동차는 누가 끌고 다니지? 보일러는 여자들만 쓰나? 보일러가 없었다면 그 많은 땔감을 누가 해야 하는데...

 

 여자들 편하게 해준 그것들도 기실 남자들에게 더 편하다.

 밥솥이니 세탁기 따위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게 얼마나 요긴한 물건들인감?


 

 요즘과 달리 전에는 결혼이란 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밥하고 빨래하고 이런 일들이 필요해서 남자는 결혼을 해야 했고, 여자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했으므로 그래서 반드시 결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저 문명의 이기들 덕분에 남자들이 얼마나 편한가. 수퍼나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먹을거리가 있다. 굳이 여자가 없어도 된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다들 능력대로 돈을 번다. 굳이 남자에게 경제적인 의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결혼은 말 그대로 선택이다. 저 위에 말한 엉뚱한 짓거리도 사실은 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인 활동에 연관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요즘 여자들 내가 보기에도 물론 편하다. 우리 어머니 때만 해도 참으로 척박하고 힘겨운 생활이었다. 그렇지만 당시 여자들은 그게 힘든 건지 모르고 살았다, 세태가 그런 세태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활했으니까 그게 힘든 건지 어떤 건지. 다만 요즘 눈으로 보니까 어려운 삶인 거지.

 마찬가지로 요즘 여자들이 편하다고 하지만 세월이 흘러 우리 뒷세대들은 더욱더 호화로운 문명을 즐길 것이다. 그때의 사람들은 또 지금의 세대들을 동정하겠지. 참 척박하게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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