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404

보라색 평원, 정읍 허브원

작년 고창 청농원의 보라색에 마음을 주고 와서는 올해는 정읍 허브원을 갔다. 고창의 그것보다도 훨씬 규모가 커서 거의 네 배 정도 될듯한 넓이다. 당연 예상되는 인파를 피해 평일 아침 일찍 방문하니 한산해서 좋다. 질펀하게 보랏빛 깔린 풍경이 근사하다. 라벤더는 하필 보라색일까. 내가 좋아하는 노랑이나 주황색이 아니고 보라색을 제 색깔로 선택했는지. 사람들은 보라 꽃을 좋아할까. 기실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랑이나 빨강 흰색 꽃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꽃들이라 흔하지 않은 보라꽃이 인기가 있을 테다. 그래서 라벤더나, 맥문동 혹은 핑크뮬리 농원들이 핫플이 된다. 내년에 또다른 라벤더농원엘 가게 될지. 강수지 : 보라빛 향기

팀 동료들과 1박 2일

보현사 강문해변 휴휴암, 숙소인 외옹치해변 속초중앙시장 작년 봄에 벚꽃놀이 간다고 한 달에 만원씩 적금을 했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쓰지 않았다. 그 돈 쓰자고 장마 오기 전 1박 2일 스케줄 잡다. 가기 전엔 유명 관광지 여러 곳을 선정했지만 늘 그렇듯이 여행이란 길 떠나면 그런 계획들이 다 의미 없다. 밥집 찾아 먹는 것 이외에는 바닷가 잠깐 거닐고 사진 찍고,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 거지. 이매진 드래곤 : Believer

빗 속으로... 평해길 5길

무슨 조화인지, 주말과 휴일만 되면 내리는 비. 오늘 같이 이쁜 비, 폭우가 아닌 이런 가랑비는 덥지도 않고 운치도 있고, 더구나 남한강변 신록을 더욱더 새뜻하게 해 줍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적으니 호젓하고 고즈넉해서 그 또한 좋습니다. 초여름의 수채화 같은 비 풍경을 누리고 돌아왔습니다. 시골 처마 밑에서 낙숫물을 보고 있자니 공연히 객수. 어제 나는 사랑에 젖고 오늘 나는 비에 젖네 바람 한 점 옷깃을 스쳐도 상처 받는 이 가슴이 오늘은 비에 젖고 외로움에 젖네 카메라를 새로 개비했습니다. 오늘 그걸 개시하는 나들이였는데 기능도 모르고 조작매뉴얼도 숙지하지 못하고 뷰파인더에 보이는 대로 허명대고 찍었습니다. 구 도구에 밴 습관 때문에 새 도구가 영 손이 설고 찍은 사진도 썩 맘에 들지 않습니다. ..

중국 전통 정원, 수원 월화원

수원 태생인 여류화가 나혜석을 시는 문화인물로 선정하고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계동에 ‘나혜석거리’가 있다. 나혜석거리의 끝에 효원공원이 있고 공원 안에 중국 전통 정원이 숨어 있다. 월화원 (粵華苑). 2003년 10월 경기도와 중국 광둥성이 체결한 '우호 교류 발전에 관한 실행 협약'의 내용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전통 정원을 상대 도시에 짓기로 한 협약에 따라 2005년 6월 15일에 착공하여 2006년 4월 17일에 개원했다고 한다.. 중국 전통 정원인 영남 정원과 같이 건물 창문으로 밖의 정원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하였고 후원에 흙을 쌓아 만든 가산(假山)과 인공호수 등을 배치하였다. 또 인공폭포를 만들고 배를 본떠 만든 정자를 세웠다. 곳곳에 한시와 글을 새겼고 하얀 가루로 푸른 벽돌과 ..

한국 속의 불국토, 천불천탑

사흘 내내 비가 흩뿌렸다. 을씨년스럽다. 천불천탑이라 한다. 워낙 많아 세어 보진 못하지만 아마도 천불 이상이고 천탑 이상일 듯하다. 우중충하고 좀은 음산한 날씨에 보이는 풍경은 자못 기괴한 느낌도 있다. 홍콩 무협영화나 류의 고전판타지영화 같은 데서나 접한 이색적인 풍경이다. 안개라도 자욱했으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여긴 합천에 있는 허굴산이다. 관음보살이 강림했다는 설이 전해져 오는 일종의 성지인 이곳에 한 스님이 10여 년 동안 주위의 돌들을 모아 탑을 쌓았다고 한다. 탑 쌓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보다도 불상들은 어찌 모았는지 불가사의다. 불상들이 모두 다 정교하다. 이걸 손수 제작하지는 않았을 터. 한 관광객이 사찰은 어디냐고 내게 물어 온다. 사찰은 없다. 여긴 그냥 ‘천불천탑’이다..

찔레꽃 향기가 슬픈가?

산청 차황면의 한 실개천 둑엔 하얀 찔레가 길게 조성돼 있습니다. 지금 한창 절정으로 피었습니다. 벚나무나 이팝나무, 또는 플라타너스나 은행나무, 또 메타세쿼이아 편백나무 진달래 개나리, 하다못해 핑크뮬리 등 비주얼 좋은 초목이 아닌 찔레라니. 아마 찔레를 지역 콘텐츠로 삼은 건 지구상에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디라 할 것 없이 찔레꽃 천지요 그 향기 진동합니다. 그리 예쁘다고도 할 수 없는 꽃송이에다 그럼에도 표독스럽게 억센 가시를 달고 있는 아이러니한 식물. 어릴 적 아이들이 어린 순을 잘라 먹는 것 외에는 그리 쓰임새도 별로 없는 찔레.(다원에서는 가끔 그 어린 잎을 따서 차를 덖기도 하지만) 관심받지 못하는 이 꽃이 장사익의 노래로 불리면서 그럴 이유도 없는데 슬프고 애..

수요일엔 빨간 장미... 중랑천 장미터널

계절의 여왕은 오월꽃의 여왕은 장미그러니 오월의 장미는 최고의 조합이다. 매년 중랑천 천변에 가득한 장미들. 주말에 예상되는 인파를 피해 월요일, 그것도아침 일찍 방문했는데그래도 사람이 많다.  월요일 아침이니 이나마 한산한(?) 거겠지만.                                                               여신상이 바뀌었다. 나는 3년 전의 여신이 더 좋았는데.                         다섯손가락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아미산 병풍암에 두고 오다

봄이 절정에서 이울고 있었다. 봄이 늦은 산골 마을의 조붓한 밭들도 한 해 농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병풍암은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이 조붓한 밭들 사이 경운기 하나 다닐만한 좁은 시멘트 길을 지나간다. 입구에 차단 바리케이드를 질러 놓았다. 남자 둘이 한담하며 서 있기에 못 들어가게 통제하는 건가 해서 조심스레 물었더니 어디 가시느냐고 한다. 요 위에 암자요, 했더니 가시란다. 출입금지가 목적이 아니라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차량통행 때문에 막아 놓았다고 한다. 밭들을 지나면 거짓말처럼 속세가 끝나고 오지다. 전봇대와 함께 전깃줄이 여기에서 끝났다. 오던 길을 뒤 돌아보니 저 멀리 느티나무가 보인다. 밑에서 보았을 땐 사뭇 위엄있게 우람한 숲을 드리우고 섰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무는 별 것 아니다. ..

한국 속의 유럽 매미성

거제도 동쪽 바닷가 벼랑에 육중한 성이 있어 매미성이다. 태풍 매미에서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바위에 쌓은 성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기를 반복한 것이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됐다. 디자인이나 규모 등 설계도 한 장 없이 무계획적으로 쌓아 올렸다고 한다. 연 사흘을 비가 지짐거리더니 휴가 마지막 날 비로소 세상이 열렸다. 전날 저녁과는 극과 극으로 달라 하늘은 파랗게 높고 바람 한 점 없었다. 짙은 바다는 점잖고 웅숭깊었다. 우뚝 솟은 성채 아래서 밝은 봄날의 진수를 느낀다. 날마다 맑은 날이면 그 소중함을 모른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 끝에 맞는 날은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