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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 정원, 수원 월화원

수원 태생인 여류화가 나혜석을 시는 문화인물로 선정하고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계동에 ‘나혜석거리’가 있다. 나혜석거리의 끝에 효원공원이 있고 공원 안에 중국 전통 정원이 숨어 있다. 월화원 (粵華苑). 2003년 10월 경기도와 중국 광둥성이 체결한 '우호 교류 발전에 관한 실행 협약'의 내용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전통 정원을 상대 도시에 짓기로 한 협약에 따라 2005년 6월 15일에 착공하여 2006년 4월 17일에 개원했다고 한다.. 중국 전통 정원인 영남 정원과 같이 건물 창문으로 밖의 정원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하였고 후원에 흙을 쌓아 만든 가산(假山)과 인공호수 등을 배치하였다. 또 인공폭포를 만들고 배를 본떠 만든 정자를 세웠다. 곳곳에 한시와 글을 새겼고 하얀 가루로 푸른 벽돌과 ..

한국 속의 불국토, 천불천탑

사흘 내내 비가 흩뿌렸다. 을씨년스럽다. 천불천탑이라 한다. 워낙 많아 세어 보진 못하지만 아마도 천불 이상이고 천탑 이상일 듯하다. 우중충하고 좀은 음산한 날씨에 보이는 풍경은 자못 기괴한 느낌도 있다. 홍콩 무협영화나 류의 고전판타지영화 같은 데서나 접한 이색적인 풍경이다. 안개라도 자욱했으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여긴 합천에 있는 허굴산이다. 관음보살이 강림했다는 설이 전해져 오는 일종의 성지인 이곳에 한 스님이 10여 년 동안 주위의 돌들을 모아 탑을 쌓았다고 한다. 탑 쌓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보다도 불상들은 어찌 모았는지 불가사의다. 불상들이 모두 다 정교하다. 이걸 손수 제작하지는 않았을 터. 한 관광객이 사찰은 어디냐고 내게 물어 온다. 사찰은 없다. 여긴 그냥 ‘천불천탑’이다..

찔레꽃 향기가 슬픈가?

산청 차황면의 한 실개천 둑엔 하얀 찔레가 길게 조성돼 있습니다. 지금 한창 절정으로 피었습니다. 벚나무나 이팝나무, 또는 플라타너스나 은행나무, 또 메타세쿼이아 편백나무 진달래 개나리, 하다못해 핑크뮬리 등 비주얼 좋은 초목이 아닌 찔레라니. 아마 찔레를 지역 콘텐츠로 삼은 건 지구상에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디라 할 것 없이 찔레꽃 천지요 그 향기 진동합니다. 그리 예쁘다고도 할 수 없는 꽃송이에다 그럼에도 표독스럽게 억센 가시를 달고 있는 아이러니한 식물. 어릴 적 아이들이 어린 순을 잘라 먹는 것 외에는 그리 쓰임새도 별로 없는 찔레.(다원에서는 가끔 그 어린 잎을 따서 차를 덖기도 하지만) 관심받지 못하는 이 꽃이 장사익의 노래로 불리면서 그럴 이유도 없는데 슬프고 애..

수요일엔 빨간 장미... 중랑천 장미터널

계절의 여왕은 오월꽃의 여왕은 장미그러니 오월의 장미는 최고의 조합이다. 매년 중랑천 천변에 가득한 장미들. 주말에 예상되는 인파를 피해 월요일, 그것도아침 일찍 방문했는데그래도 사람이 많다.  월요일 아침이니 이나마 한산한(?) 거겠지만.                                                               여신상이 바뀌었다. 나는 3년 전의 여신이 더 좋았는데.                         다섯손가락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아미산 병풍암에 두고 오다

봄이 절정에서 이울고 있었다. 봄이 늦은 산골 마을의 조붓한 밭들도 한 해 농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병풍암은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이 조붓한 밭들 사이 경운기 하나 다닐만한 좁은 시멘트 길을 지나간다. 입구에 차단 바리케이드를 질러 놓았다. 남자 둘이 한담하며 서 있기에 못 들어가게 통제하는 건가 해서 조심스레 물었더니 어디 가시느냐고 한다. 요 위에 암자요, 했더니 가시란다. 출입금지가 목적이 아니라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차량통행 때문에 막아 놓았다고 한다. 밭들을 지나면 거짓말처럼 속세가 끝나고 오지다. 전봇대와 함께 전깃줄이 여기에서 끝났다. 오던 길을 뒤 돌아보니 저 멀리 느티나무가 보인다. 밑에서 보았을 땐 사뭇 위엄있게 우람한 숲을 드리우고 섰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무는 별 것 아니다. ..

한국 속의 유럽 매미성

거제도 동쪽 바닷가 벼랑에 육중한 성이 있어 매미성이다. 태풍 매미에서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시민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바위에 쌓은 성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기를 반복한 것이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됐다. 디자인이나 규모 등 설계도 한 장 없이 무계획적으로 쌓아 올렸다고 한다. 연 사흘을 비가 지짐거리더니 휴가 마지막 날 비로소 세상이 열렸다. 전날 저녁과는 극과 극으로 달라 하늘은 파랗게 높고 바람 한 점 없었다. 짙은 바다는 점잖고 웅숭깊었다. 우뚝 솟은 성채 아래서 밝은 봄날의 진수를 느낀다. 날마다 맑은 날이면 그 소중함을 모른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 끝에 맞는 날은 얼마..

진천 이팝나무 길

봄이면 전국 어디나 벚꽃 명소 이닌 데가 없어서 굳이 유명한 곳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그만큼 벚나무는 우리 일상속에 함께 있는 나무가 됐다. 언제부터인지 이팝나무도 부쩍 흔해졌다. 4월 환하게 봄을 밝히고 사라진 벚꽃에 이어 5월에 또다시 빛을 발하는 이팝나무 꽃! 이제 어디서나 보게 된 이팝나무인데 그중 명소라 할만한 데가 진천이다. 백곡천을 따라 약2km 늘어선 이들이 매년 이맘때쯤 뿜어내는 아우라는 가히 장관이다. 해마다 이곳을 찾곤 한다. 아름답지만 명성은 높지 않아 그 한적한 하얀 터널 속을 거니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올해도 화려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진천군에서 행사를 새로이 시작했다. 군에서야 지역 홍보용으로 이만한 콘텐츠가 없으니 섭섭하지만 비난할 수는 없겠..

돌담이 있는 풍경, 군위 한밤마을

여기는 군위 한밤마을. ‘한밤’이란 이름에 별 의미는 없다. 부계면 大栗里(대율리)를 우리말로 풀어 쓴 것이다. 밤이 많이 나는 마을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밤마을의 상징은 돌담이다. 고려 중기 부림 홍씨 입향조가 이주해 오면서 형성된 마을이라 한다. 이곳은 온통 돌 투성이어서 집을 짓거나 농토를 가다룰 때 골라낸 엄청나게 많은 돌들로 담장을 쌓으면서 돌담마을이 됐다고 한다. 제주도가 아닌 내륙에 이런 독특한 돌마을이 이례적이어서 ‘내륙의 제주도’라고 한다. 알음알음 듣고 있어서 언제 한번 가 봐야지 하다가 봄빛이 절정으로 무르익은 날 봄나들이 삼아 휘적휘적 고샅을 돌아다녔다. 맨 돌담이다.(아주 오래전 찰스 브론슨의 맨담 광고가 생각났다) 그리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걷다 보니 의외로 규모가 크다. ..

선림사에서 다시 길을 시작하려 한다

젊어 한때 방황을 했다. 그 방황이란 게 내게만 있었던 특별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질풍노도라는 이해불가한 시기의 강을 건넜을 테고 스스로 심각했다고 생각하는 나의 방황도 그런 수준의 것 이상은 아닌 치기에 불과했다. 젊은 시절엔 근본 없는 번민에 괴로워하고 쓸데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고뇌거리를 찾았던 셈이다, 돌아보면 그것이 멋인 줄 알았고 남 보기에 깊은 성찰을 하는 철학자 따위로 보일 것으로 착각하는 소아적인 치기였다. 오히려 나이 먹은 지금은 고민도 없고 걱정은 더 없으며 우선은 깊이 사고하는 것 따위가 귀찮아 죽겠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마인드는 과연 순진무구해지는 것 같다. 그 고뇌하는 척 했던 시기에 나는 절과 암자를 찾아 돌아다녔다. 정찬주의 포켓판 책을 주머니에 넣고 책에 나오는 암자들..

새만금, 모진 비바람 속을 걷다

아직 세상이 깊은 어둠에 빠져 있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몽롱한 머리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어릴 적 장에 나가는 아부지가 새벽조반을 먹는 소리를 잠결에 듣곤 했는데 그 새벽 아부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설렜을까 삶의 무게에 힘겨웠을까.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달린 버스는 바다 한가운데 우리를 배출한다. 바다인 건 알지만 보이는 모든 것이 어둠이라 실감은 나지 않는다. 새만금이다. 몹시 바람이 불고 버스가 토해내자 마자 후두둑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이룡일 비 내린다는 예보는 이미 접했으니 다소 오긴 하겠지. 첫 발걸음을 떼면서부터 빗방울이 굵어진다. 사위가 어두우니 바람소리는 유난히 위협적이다. 저만치 고기잡이배 몇 척의 불빛이 이곳이 바다임을 알려준다. 우리는 청승이라 신새벽 비바람 속으로 들어왔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