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한다고 피서인데. 피서 나들이 자체가 의미가 없다. 어디를 가든 문밖을 나서면 덥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게 피서다. 올여름, 내 생애 최악의 대홍수가 있더니 곧 이어 최악의 폭염이다. 극과 극의 기후가 갈마드는 시대다. 두렵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기후참상이 언제든지 공습할 것 같다. 장장 열흘의 여름휴가가 생겼다. 막연히 3박 4일의 일정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동해 바닷길이다. 종착지는 정하지 않고 포항 호미곶을 출발하여 사흘을 걸을 요량이었다. 첫날 12km를 걷고 그만 종료해 버렸다. 작열하는 태양열, 뜨거운 바람. 그늘 없는 해파랑길.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일 온열질환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이젠 젊은 축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