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절령... 그 아침... 그 안개 속에서 숲에도 오솔길에도 풀섶에도. 등성이에도 고갯마루에도 저 아래 잠들어 있는 사북의 천공에도. 안개 안개 안개... 세상은 온통 안개였다. 징조가 좋았다. 안개가 끼면 맑은 날이라는 게 맞는다면 그날의 새벽안개로 봐선 쾌청한 날이 되리라는. 이 지방엔 정확히 12일간 비가 내렸다. 지겨운 놈의 비. 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25
무서운 광경 개그맨 지상렬이 방송에서 개고기를 안 먹는 이유를 말했다. “어릴 적 어른들이 개를 매달아 죽인 다음에 물이 펄펄 끓는 솥에다 집어넣었다. 근데 아직 숨이 붙어 있었는지 개가 솥에서 뛰어나와서는 정신이 없는 가운데도 주인을 보고는 다가와서 꼬리를 흔들더라. 그래서 개는 잡아..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8.01.23
개똥벌레 아이들은 논으로 가곤 했다. 뜨거운 여름 한낮에도 진종일 들판을 뛰어다니고도 성에 차지 않아 저녁밥을 먹기 바쁘게 또다시 캄캄한 개울가로 나갔다. 어두운 개울의서의 멱감기는 한낮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아이들이 쳐대는 물장구에 하얀 포말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낮에는 계집애..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8.01.21
요즘 여자들이 너무 편하다구요? 얼마 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30~40년이다. 우리가 이만큼 문명의 이기를 쓰면서 편리하게 생활한 게. 불 때서 밥을 하고, 고무장갑도 없어 맨손으로 얼음장 물에 빨래를 하던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남자들이 흔히 그런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 세상 좋아져서 전기밥솥에, 세탁기, 청소기, 냉장..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21
가을 국화차 10월 중순부터 서리 내릴 때까지 가을이면 감국 산국을 채취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감국 산국은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는 국화의 일종으로 그 맛은 쓰면서도 달다 약효성분으로는 해열, 해독, 진통, 발열, 두통, 현기증, 귀울림, 눈병, 종양의 통증에 이용하기도하며 요즘엔 웰빙시대에 맞추어 국화 베..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19
땔감에 대하여 “맨 지천인 게 나무니 난방비 안 들어서 좋겠다.” 보통 이런 말들을 하기 일쑤다. 뭐 주위가 온통 나무숲이니 노동만 하면 난방은 문제없지. 문제는 그 노동력이란 게 만만치 않다는 것. 2~3일 회사 출근하면 한 달 치 기름 값은 번다. 그러나 숲속의 나무로 한 달 치 땔감을 만들려면 사나흘로 어림없.. 서늘한 숲/숲에서 2008.01.19
피의 축제 참 축제도 많다. 요즘에 화천에선 산천어 축제, 인제에선 곧 빙어축제가 있겠고... 지자체 별로 고만고만한 축제들의 난립이다. 어디는 오징어축제, 어디는 대게축제, 어디는 한우축제... 양양의 연어축제... 이름은 연어축제인데 과연 연어들이 즐거울까? 살을 도려내고 피를 흘리고 머리가 짓이겨지는..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15
세밑, 바람 몹시 불던... 해는 어제도 떠올랐고 인류와 생물이 생기기 전에도 그 해가, 그 이전 지구가 생기기 전에도 또 그 해가, 내일도 또 우리 모두가 소멸된 뒤에도 역시 똑같은 그 해가 매일 떠오를 것이다. 이 세상에 무한 한 건 없다 하지만 미진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해는 영원해 보인다. 한 해의 첫날이라고 해서 다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13
다향(茶香) 조용한 산사. 속세에 있다 산문엘 들어서면 그 고즈넉함에 귀가 멍멍할 정도다. 추녀 끝의 풍경, 이따금 법당에서 들려 오는 경쇠나 목탁소리 염불소리. 해탈교 밑으로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모든 삼라만상이 정지해 있는 산사의 경내에선 茶香도 남다르다. 스님의 방장에 마주앉아 .. 서늘한 숲/초록의 茶園에서 200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