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어제도 떠올랐고
인류와 생물이 생기기 전에도 그 해가,
그 이전 지구가 생기기 전에도 또 그 해가,
내일도 또 우리 모두가 소멸된 뒤에도 역시 똑같은 그 해가 매일 떠오를 것이다.
이 세상에 무한 한 건 없다 하지만 미진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해는 영원해 보인다.
한 해의 첫날이라고 해서 다른 해가 오르는 건 아닐진대,
그저 길거리가 미어터지라고 꾸역꾸역 몰려들 나와서는 추워 발발 떨면서도 꼭 그 해돋이를 보겠다고 궁상들을 떨어쌓는 걸 보면...
보겠으면 그 전날도 있고 다음 날도 있고 일 년 내내, 아니 평생을 매일 그 똑같은 해가 떠오를 텐데 아무 때나 가서 보면 되지...
꼭 동해바다에 가서 봐야 되남. 인천에서도 해는 떠오를 테고 저기 태안이나 서울에서는 못 보남.
기회가 돼서 경포대를 갔다. 하루 전에 가니 바닷가는 역시 한적하고 고즈넉하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이 온종일 휘몰아친다.
그간 이상고온으로 노랗게 피어나던 개나리가 그만 얼어버렸다.
바다는 언제나 위압적이다. 더구나 광풍이 불어대는 경포 바다는 미립의 인간들을 다 쓸어버릴 것 같이 공포스럽다.
생활이 지루하거나 싫증이 난다면 아무 때라도 바다에 가야겠다.
가서,
대자연의 광활한 세계를 만나고 싶다.
아무래도 최근의 나의 일상이 지나치게 조잡스럽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