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이야기 옛날 가난한 집에 며느리가 있었다. 어느 겨울날 팥죽을 쑤었다. 가난한 집이라 그것마저 넉넉하게 쑬 형편이 안됐던 모양이다. 시부모와 남편을 한 그릇씩 떠 주고 솥에는 팥죽이 더 남아 있었지만 며느리는 그냥 굶고 말았다. 그날 밤에 그녀는 자꾸만 부엌의 팥죽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12.21
사북 카지노 앞에서 영화 <타짜>에 대학교수가 등장한다. 딸래미 병원비를 들고 나가 화투판에 끼어든다. 그 돈을 몽땅 털린 거를 내용을 아는 자비심(?) 많은 주인공이 개평으로 거금을 돌려준다. 허나 교수는 개평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중독자들은 돈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지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12.07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우리말을 사랑하지만 간혹 영단어가 좋을 때가 있다. 가령 '플라워' 같은... 우리말 '꽃'은 정말 맘에 안든다. 그 아름다운 대상물에 거친 경음을 쓴 것도 그렇고 한 음절로 짧게 끝나는 것도 그렇다. 그 뿐 아니라 짧은 음절에 'ㅊ'이라는 받침이 있어 뒤에 남아야 할 여운을 무질러 버린다. 예쁜 그것에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12.07
선녀와 나무꾼 외전 노총각 나무꾼이 선녀에게 장가를 들었다는 소문은 전 산골에 퍼졌다. 이에 나무꾼들은 너도나도 숲속을 뒤져 사슴을 찾아다니느라 혈안이 되었는데, 개중에 운 좋은 놈 두엇은 성공하여 늦장가를 가기도 했으나 그것도 더 이상 쉽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사슴들은 귀찮아서 도저히 배겨날 수 없었다... 서늘한 숲/숲에서 2008.12.06
끈이 끊어지다 살다 보면 어느 누군가와의 관계가 홀연히 끊어지는 일이 있다. 아니다 있는 게 아니라 삶이란 그것의 연속이다. 끊어진다고 해서 서운하거나 안타까울 것은 없다. 대신 또다른 이들과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이어지고 그 중의 누구는 또 많은 시간 후엔 끊어질 테고. 잊는다는 건 반드시 필요한 거..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12.04
담배 피는 여자 담배 피는 여자, 싫다 꼴 보기 싫다. 남녀 차별은 결코 아니다. 취향의 문제다. 간혹 남자가 담배 피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가령 이런 거지. 남자라고 해서 화장 하지 말란 법 없지만, 그래도 분단장하고 입술에 벌겋게 루즈 칠하고 마스카라를 하고 있는 남자는 참 역겹지 않은가. 여자는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12.04
멈춰선 시간 화란 나르당의 천연향 칠성사이다 와이투케이라고 요란법석을 떨던 것도 먼 옛일인데... 여행을 하다 보면 무시로 만나는 시골마을들, 그 길목들, 아직도 함석 빈지문을 여닫는 구멍가게들... <영자의 전성시대>나 <별들의 고향> 따위에서 맛보는 풍취들이 여전하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11.28
폭설 어디는 그날 은행잎이 삽시간에 떨어져 은행나무들에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다고 시적인 표현을 보내오더니, 그날 줄포엔 폭설이 내렸다. 연 사흘을 내리쏟더이다.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빨리 첫눈이 왔다 한다. 이제 더이상은 가을이라 우길 수도 없는... 깔축없는 긴 겨울이 시작됐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