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아이 때는 오랑캐꽃이라 불렀지. 꽃잎이 청나라 여진족 대갈통을 닮았다고 병자호란 때부터 그렇게 불렀다 하네. 씨방을 짜개면 서캐 같은 씨가 가득 들었다. 아이들은 그 씨가 흰색이면 그 해 풍년이고 까만색이면 흉년이라 믿어서 길섶 오랑캐꽃을 보면 일없이 씨방을 따 열어 보곤 했.. 서늘한 숲/숲에서 2009.04.15
생강나무 노란꽃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어릴 적 김유정의 소설을 읽다가 고개 갸.. 서늘한 숲/숲에서 2009.04.11
그 여자가 사는 곳 늘 그 자리에서 있어 들고나는 등산객이 편히 쉬던 산장이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그 앞을 지나다가 괴괴한 풍경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나 백담산장은 폐쇄되어 문을 걸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요긴한 위치에 있어서 요긴하게 이용하곤 하던 산장이었다. 설악에 처음 발을 디..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9.04.01
오현란 그녀는 축복이다 조수미, 루치아노 파바로티, 마리아 칼라스, 나훈아, 셀린느 디옹 내가 생각하는 가장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영웅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오현란. 그의 노래를 듣노라면 소름이 돋는 것 같다. 분명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채정은..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9.03.29
춘설에 묻혀 옛 생각 폭설이다. 겨울 한 철 내린 눈 보다 오늘 하루 내린 게 더 많은 것 같다. 춘분 지난 지 오래건만 강원도의 겨울은 참 지루하고 질기다. 마당의 눈을 치우다 뜬금없이 옛 생각 하나 떠오른다. 옛 생각들이야 무시로 찾아오는 것이지마는 문득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가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9.03.26
우리 모두는 진정 행복하여라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만약에 눈이 안 보인다면, 귀가 안 들린다면 이 많은 아름다운 사물을 어찌 볼 것이며, 이 고운 음악들을 어찌 들을까. 아니 그 이전에 본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니. 모든 것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나는 정말 천복을 타고 태어났..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9.03.09
겨울의 끝자락 외로운 자에게 겨울은 더욱 춥다. 가난한 내게 겨울은 또 유난히 깊고도 길다. 봄은 아직 먼가. 이 눈과 추위가 제발 마지막이길... ]로 이동합니다.' href='' target=_blank> 서늘한 숲/숲에서 2009.03.02
당신의 창문 사랑하는 사람의 창이 있는 골목길을 배회해 본 적이 있는가. 지나간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굳이 어둠이 내린 그곳을 서성이지 않아도,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얼어붙는 차가운 겨울밤 허옇게 눈을 뒤집어 쓰고 그 어귀를 서성이지 않아도, 요즘은 전화기 하나로 얼마든지 그이와 사랑을 ..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9.03.01
삼층밥 지지리도 가난했던 그 시절, 명일 또는 생일이나 먹었던 그것 이밥 이밥.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말이다. 북에선 아직도 쓰이는 그것을 사람들은 다들 쌀밥이라 한다. 내 어렸을 적엔 이밥이었는데 국민학교 들어가니 쌀밥이라 하는 애들이 더러 있다. 그 말이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더니 에고, 그게 고착..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9.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