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어릴 적 김유정의 소설을 읽다가 고개 갸웃했었다.
<동백꽃>이란 제목의 단편. 김유정은 춘천 출신이고 작품의 배경도 역시 실레마을이다. 강원도엔 동백이 없다.
작가가 뭔가 착각했다는 생각을 했다.
동백이 남도의 그 붉은 꽃이 아니고 강원도 숲속의 생강나무를 말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거니와 정선아리랑 노랫말에도 나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네주게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님 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봄에 일찍 피는 꽃으로 얼핏 보면 산수유랑 흡사하고, 실제로 생강나무꽃을 보고도 산수유꽃을 보았다고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숲속에 샛노란 생강나무 꽃이 피면 세상은 비로소 소생의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