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는 오랑캐꽃이라 불렀지.
꽃잎이 청나라 여진족 대갈통을 닮았다고 병자호란 때부터 그렇게 불렀다 하네.
씨방을 짜개면 서캐 같은 씨가 가득 들었다.
아이들은 그 씨가 흰색이면 그 해 풍년이고 까만색이면 흉년이라 믿어서
길섶 오랑캐꽃을 보면 일없이 씨방을 따 열어 보곤 했드랬지.
그래 애먼 오랑캐꽃들이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지곤 했다.
그러니 철없는 애들이지.
씨야 처음 맺으면 여물지 않았으니 흰색이고 야무지게 여물면 까만색임을 아이들이 미처 생각이나 했을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