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창이 있는 골목길을 배회해 본 적이 있는가.
지나간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굳이 어둠이 내린 그곳을 서성이지 않아도,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얼어붙는 차가운 겨울밤 허옇게 눈을 뒤집어 쓰고 그 어귀를 서성이지 않아도,
요즘은 전화기 하나로 얼마든지 그이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애인의 창밖을 배회하면서 느끼는 열정과 애절한 사랑은 문명의 이기로 가볍게 만들어내는 사랑과는 차원이 다르다.
노래 두 곡을 듣는다.
두 곡 모두 그녀의 불꺼진 창을 보며 슬픔과 고통을 느끼는 노래다.
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벨리니가 작곡했다는 설이 있는 나폴리민요 <그대의 불꺼진 창(Fenesta che lucivi e mo non luci)>은 슬프게도 그녀의 죽음을 맞닥뜨린 고통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찾아가 세레나데를 부르며 행복했을,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 연인의 창에 불은 켜지지 않는다.
반면에 이장희가 작곡하고 조영남이 부른 불꺼진 창은 온몸을 짓이기는 질투에 고통스러워 한다. 가사 내용으로 유추해 보면 아마 짝사랑하는 여인을 매일 그 창밖 골목길에서 서성대며 연모하는 사내인 것 같다. 애인의 창에 불이 꺼지고 그 어두운 방안에는 두 사람이 있는 걸 본다. 그 슬픔과 고통을 사나이는 가누지 못해 괴로워한다.
사랑은 기쁘고 환희에 차기도 하지만 그 이면엔 그에 못지않은 슬픔과 고통이 함께 한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아프고 애절하더라도,
우리는 사랑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구더기가 꾀더라도 장은 담가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가곡 <Fenesta che lucivi e mo non luci> 조영남의 <불 꺼진 창>
그대의 불 꺼진 창
불 밝던 창에 지금 불이 꺼졌구나
내 연인이 병들어 누운 모양이다
그녀 언니가 얼굴 내밀며 내게 말하길
네 연인은 죽어 땅에 묻혔어
홀로 잠든다고 늘 눈물 흘리곤 했는데
지금은 죽은 자들과 함께 잠들었구나
조영남의 불 꺼진 창
지금 나는 우울해 왜냐고 묻지 말아요
아직도 나는 우울해 그대 집 갔다온 후로
오늘밤 나는 보았네 그녀의 불 꺼진 창을
희미한 두 사람의 그림자를 오늘밤 나는 보았네
누군지 행복하겠지 무척이나 행복할 거야
그녀를 만난 그 사내가 한없이 나는 부럽네
불 꺼진 그대창가에 오늘밤 나는 서성거렸네
서성대는 내 모습이 서러워 말없이 돌아서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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