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394

김호중 아세요?

김호중을 아시나요? 난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고 할 수는 없고 그 이름만은 알고 있지만 노래를 들어본 적은 없다. 성악가 출신인데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다는 정도만 안다. 조폭 출신에다가 병역기피 의혹, 불법도박 등 부정적인 뉴스를 연예기사에서 가끔 접하곤 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선입감이 있는 정도다. 그런데 꽤나 유명한 가수인 것 같다. 우리 누나들도 다 알고 지인 중에도 열성 팬이 있는 걸 이제사 알았다. 배구를 좋아해서 이따금 괴산에서는 가장 가까운 김천으로 배구경기관람을 가곤 한다. 김천은 여자배구 도로공사 홈이다. 이번에 배구경기장 근처에 다다라 문득 보라색으로 치장한 골목길이 눈에 띄었다. 뭐지? 여행자 특유의 호기심이 일어서 시간도 넉넉한 김에 들어갔더니 김호..

그곳은 설국이었다... 내소사

딱히 갈곳이 마땅치 않던 주말이라 역시나 만만한 비내섬이나 갈까 하다가. 호남 지방에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눈구경이나 해볼 요량으로 떠난 길이었다. 과연 군산 쯤 다다르니 하늘은 어둡고 저 멀리 대기가 뽀얗다. 정말 눈이 많이 오는 듯 싶었다. 서서히 차량 속도가 떨어지면서 거의 정체 수준으로 길이 막혔다. 안날에도 대설에다가 또 눈이 내린다. 눈에 잘 뵈지도 않는 가루눈이다. 날은 또 강력 한파라 길이 미끄러우니 차들이 엉금엉금이다. 도로가 위험할 땐 이렇게 지정체 상태로 가는 게 안전하다.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지루하게 부안에 도착했다. 세상은 온통 눈세계다. 교통상황은 최악이지만 그것만 양보하고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사뭇 눈이 날린다. 이미 어스름 저녁이 다 되었다. 모텔에서..

부산 장림포구

여긴 ‘부네치아’라고 하네요. 이런 유의 이름짓기는 내겐 좀 혐오스럽습니다. 그냥 통영이면 통영, 여수면 여수지 ‘한국의 나폴리’, ‘한국의 산토리니’ 따위의 사대적인 개념이 영 못마땅합니다. 경리단길을 본따 망리단길 송리단길 황리단길 행리단길 등등의 몰개성 몰염치한 작명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사하구에 있는 장림포구는 ‘부네치아’라고 합니다. 부산의 베네치아라는 의미겠지요. 유럽풍 집들 흉내로 리모델링을 하여 조금은 특이하게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근래 사진 찍기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림, 참 근사한 이름입니다. 염상섭의 에 길게 뻗친 숲, 즉 장림이란 낱말이 몇 번 나오는데 부산의 이 포구 이름이 얼마나 반갑고 근사한지. 삭막하고 칙칙하고 냉랭한 겨울 포구 풍경 일색이던 것이 ..

서해금빛열차

서해금빛열차?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관광열차의 하나다. 한번 타보고 싶어서 예매를 몇 번 했는데 너무 바투 잡은 탓으로 그때마다 매진이었다. 좀 여유롭게 한달 후로 잡았더니 자리가 널널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면 특별한 열차 아니다. 실망했다. ‘서해금빛열차’지만 시종 바다는 볼 수 없다. 물론 알고 있었다. 특별히 바닷가로 새로 레일을 놓았을 리 없으니 그저 장항선 노선의 하나일 뿐이다. 단지 차에 노란색을 칠해 서해금빛열차가 되었다. 아니 딱 하나 있긴 하다. 온돌마루 간이다. 일부러 그것 때문에 예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내겐 별 흥미도 의미도 없어 일반 객실을 탔더니 ‘노란 색칠한 장항선 열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차창 밖은 내내 이런 풍경이다. 바다는 딱 두 번 본다. 하나는 대천역 다 가..

겨울에 아름다운 자작나무들

자작나무. 맑은 날에 눈부시게 빛나는, 겨울을 닮은 나무. 어릴 적 아궁이에 넣으면 그 특유의 수피가 타는 소리, 자작 자작 자작거린다 해서 자작나무라 했다지. 인제 원대리는 워낙 유명해서 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미어터지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자작나무숲이 김천에 있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막 시작한 겨울. 나뭇잎 모두 떨군 자작나무들이 하얀 자태를 뽐내고 섰다. 몹시 추운 아침이었다.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는 장희빈을 꼭두각시로 앞세운 소론 일파에 의해 폐비되었다. 갈곳이 없던 왕후는 외가와 인연이 있던 이곳 수도산 청암사에 의탁했다. 이 수도산에 ‘인현왕후길’이란 테마 길을 조성해 놓았다. 작년 겨울 이 길을 한 바퀴 걸었었다. 이번엔 치유의숲을 탐방하다. 겨울에 아름다운 자작나무라지만 황..

낙엽 엔딩

만추? 가을이라 하기엔 많이 늦은 철. 낙엽의 계절. 길음동에서 개운산책길, 고려대학교, 숭인원 영휘원, 홍릉숲, 동대문은행나무길을 걸어 회기역까지 낙엽을 밟다. 또 눈물이 마렵다. 이놈의 지독한 가을앓이. 20여 명 중에 남자는 나 하나다. 이런 성비...헐! 11월 중순이면 오들오들 추울 철이건만 올해는 후텁지근한 나날이다. 이상고온이라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지만 여행하기 좋고 걷기 좋은 날씨라 그건 또 싫지 않다. 어쨌든 괴산터미널에는 이미 겨울이 들어와 있었다. 목마와 숙녀

비내섬에 억새가 한창이다

병원하고는 인연이 전혀 없을 줄 알았더니 나이가 들면서 병원 가는 일이 자꾸 생긴다. 허리가 아파 첫날은 괜찮아지려니 하고 출근해서 일을 했는데 밤새 고통스러워 잠을 설쳤다. 아침이 되니 영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괜히 무리하다 영원히 망가지느니 하루 쉬기로 작정하고 병원엘 가다. 내가 혐오하는 부류 가운데 하나가 의사다. 그렇지만 또 아쉬울 때 찾게 되는 게 또 의사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아이러니! X레이를 찍고 10여 분간 척추에 주사액을 주입하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먹고 나니 완전하진 않지만 제법 움직일 만하다. 밤에는 고통도 없어졌다. 의사들! 그렇다고 당신들이 좋아지진 않지만 당신의 능력은 충분히 존경한다. 하루를 병가를 냈으니 시간이 널널하다. 의사는 집에 가서 한 시간 누워 있으라 했지만 ..

원주새벽시장

아직 사위는 어둡다. 유명한 원주새벽시장을 구경하려고 잠을 조금만 자고 부지런을 떨었다. 아침형인간이 아닌 내가 이렇게 여명이 오기 전에 나서는 건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세상은 아직 어둡고 캄캄한데 원주천변 장터는 이미 성시였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얼마나 부지런한 거야. 어쩌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자정보다는 새벽이 가까울 시각에 귀가하려고 걷다 보면 그 시간에 벌써 좌판을 준비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볼 때가 있곤 했다. 그럴 때 세상엔 열심히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한껏 게으른 나를 잠깐이지만 자책하기도 하고. 한쪽 끄트머리에 먹을거리가 있다. 날은 춥고 마침 시장도 하고, 모락모락 오르는 김에 허출한 속이 난리다. 강원도 특산물인 메밀적을 시켜 먹는다. 오랜만이다. 어릴 적 집안이나 이웃..

진안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길 가을

짙은 초록의 여름도 풍경도 환상적이었다. 가을 풍경은 어떨까 궁금하여 다시 찾은 모래재. 이번에 때를 잘 맞춰 온 것 같다. 붉은색도 아니고 황금색도 아닌 메타세쿼이아의 독특한 색조. 이 길에 서면 깊은 가을에 갇힌 것 같다. 핫플레스에는 어김없이 출몰(?)하는 카메라 든 언니오빠들. 본의 아니게 저 카메라들 앞에서 모델이 되었다. 저 안에 내 모습이 수십 장 들어 있을 것이다. 내가 스타일이 제법 괜찮으니 저들도 제밥 괜찮은 작품사진들 얻었으리라. 이제 저 침엽이 다 떨어지면 겨울이다. 안네 바다 : Vars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