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156

고창 보리밭길

유명한 고창 청보리밭이다. 보통 보리가 허리께까지 자라면 사람들이 많이 오고 농장측에서도 이때를 잡아 청보리밭축제를 개최한다. 나는 초록의 융단 같은 보리밭 풍경을 좋아한다. 일부러 일찍 방문해 보았다. 눈이 시리게 푸른 세상이다. 포르륵 종달새 날아오를 듯한 맑고 청명한 하늘이다. 한동안 후덥지근하게 따뜻한 날이 지속되더니 가자기 기온이 내려갔다. 중부지방에는 눈이 내리고 남부지방에도 하루 종일 찬바람이 불었다. 춥긴 해도 오전엔 맑고 청량한 날씨더니 오후 들어서면서 하늘이 흐려지며 구름으로 가득 찬다. 보리밭에 가듯 쏟아지던 햇살이 일제히 사라지고 음산해진다. 비오기 전의 이런 분위기도 좋다. 일망무제 트인 초록의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풍경이 아름답다. 일 년 내내 이같은 풍경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지..

광양 다압 매화마을

충주역에서 광양 매화마을을 간다는 E-트레인 테마열차 안내를 보고 신청을 하니 이미 2월에 다 매진됐다고 한다. 그래도 혹 몰라 대기로 접수했더니 이틀인가 후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어둠이 짙은 새벽에 기차가 출발했다. 그간 포근하더니 새벽 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간밤에 전국에 눈비와 강풍이 몰아쳤다. 어둠이 걷히면서 차창 밖으로 설경이 지나간다. 산기슭과 개천, 산모롱이에 웅크려 앉은 시골집들이 흰눈과 함께 지나간다. 한겨울 내내 보지 못했던 설경을 봄에 다다라 보게 된다. 때늦은 겨울풍경에 와락 여수(旅愁)가 밀려든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낯선 러시아 풍경을 보고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졌다. 햇살이 퍼지자 어느새 눈은 사라지고 다시 봄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이 밀물처럼 왔다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