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40계단은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이다. 계단은 옛것이 아니고 새로 만든 것이라도 전쟁통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과거에 갇히게 하는 특별한 장소다.
이 거리에 몇 번 가보았다. 소라계단에서 내려다보면 근사한 마로니에가 한 그루 서 있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나무뿐 아니라 건물들도 거개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거쳐 변신했지만 거리가 주는 느낌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마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그 전쟁을 겪지 않은 내가 그렇게 느낀다면.
이 일대는 복병산 산비탈에 조선도니 마을이라 가파른 길이 많아 곳곳에 계단이 아주 많다. 유명한 40계단도 그 중의 하나인데 일부 관광객들은 어느 것이 40계단인지 몰라 만나는 계단마다 그 수를 헤아려보기도 한다.
이 거리 역시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었다. 글쎄 아름답다기보다는 앤티크하다고 할까. 나름 특별한 분위기는 있다. 그렇지만 솔직히 나의 눈은 6·25전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만다.
40계단에서 내려오면 파리바게트가 있고 그 앞에 또 다른 빵집 <백구당>이 있다. 나는 전통적으로 파리바게트의 단골이다. 백구당의 빵맛이 파리바게트를 훨씬 능가한다. 가격도 약 30%정도 비싼 편이고 매장에 보이는 직원만도 6명이나 된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군산의 이성당처럼 이곳의 명물 빵집인 듯하나 내 과문 탓으로 추측만 그렇다. 어쨌든 이성당처럼 나라미를 서지는 않았다. 이른 시간이라 거리에 인적 자체가 적었으므로.
무미건조한 도시형건축물 일색의 거리라, 더구나 아직은 겨울 끄트머리의 찬바람이 들고나니 황량하지만 어느 집 창문 앞에는 빨간 홍매화가 활짝 폈다. 바닷가에는 이미 봄기운이 무르익었더만 그나마 강렬한 홍매 꽃잎이 비로소 봄의 왕림을 알려준다.
이렇게 이번 겨울도 끝나가고 있었다. 그닥 춥지는 않았어도 겨울과의 이별은 일순 반가운 것이다.
안녕하신가영 : 겨울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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