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한국의 아름다운 길

순천만, 바람이 분다

설리숲 2019. 3. 5. 23:18



2월은 어정쩡한 계절.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혹은

겨울도 아닌 봄도 아닌.

일상에서 늘 맞게 되는 교차의 시간들.

미련과 설렘이 갈마들며 공연히 마음이 침잠해지는 날들이었다.








남도로 가는 내내 눈이 내렸다. 봄눈이다.

오후에 날은 화창하고 공기질도 좋다.

내심 저녁의 낙조도 기대했으나 해는 넘어가는데 붉은 노을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갈대습지는 내내 바람이 불었다. 아직은 알싸하지만 춥지는 않은.

일망무제 트인 순천만 풍광이 좋다. 현란한 색채가 아닌 이런 무미건조한 농담의 여운이 더 가슴에 짙게 배어든다.








여기는 본래 새들의 서식처다.

주인인 그들을 내쫓으며 돈을 받고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여길게요.

 

퍼뜩참 진리라고 여겨지는, 문자 한 줄.

 

그런 거지. 내가 세상을 살고 있지만 내 의도대로 살아지는 건 아니니.

인생의 바람은 사람을 만나게도 하고 이별도 하게 하지.

무지막지하게 비정한 게 인생의 바람이라 해도

저녁이 내리는, 만에 부는 바람은 그저 부드럽고 담백하다.








다리가 멀쩡하면 언제라도 달려가 낙조는 볼 수 있으리니.

다음이 기약되는 인연이 더 아름다운 법.

 

꼬막비빔밥이 참 맛나더군.

 






최림 작곡 김영태 연주 : 바람



한국의 아름다운 길 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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