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폭력

설리숲 2013. 7. 25. 01:00


 파리 두어 마리가 날아다니며 사뭇 귀찮게 군다. 사람은 또 그걸 죽여야 직성이 풀린다.
 파리야 그게 제 생활일 뿐이고 악의적으로 행동은 아닐진대. 그것으로 인해 내가 큰 낭패를 보는 것도 아니요 더구나 목숨이 위태로운 것도 아닐진저 그저 성가실 뿐인데. 만약 어떤 사람이 자꾸만 귀찮게 진대붙는다고 그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테지.

 

 가끔 멧돼지가 도시에 나타났다고 법석을 떠는 뉴스를 본다. 경찰이 출동해 포획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사살해 버린다. 멧돼지야 덩치도 있고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세상에 있는 모든 공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요, 멧돼지나 다른 짐승들이 존재하면 안 된다는 규율은 없다. 단지 사람이 임의로 영역을 만들어 놓고는 다른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도시에 나오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렇담 사람도 산이나 숲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옳지 않은가. 그들의 공간인 숲에 들어가서는(저들 입장에서는 출몰이고 침입이고 난입이다) 멧돼지를 만나면 출몰했다고 또 난리법석이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자찬하면서 사람은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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