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존나게 뛰는 거다 작금 세태의 변화를 나는 조깅과 러닝머신에 비유해 본다. 조깅이란 빨리 뛰면 힘은 들어도 빨리 도착한다. 즉 열심히 뛴 만큼 목적을 빨리 이룰 수 있다는.... 요즘의 세태는 러닝머신. 아무리 존나게 뛰어도 항상 제자리다. 다람쥐 쳇바퀴 돌기다. 조금의 전진도 없이 뛰는 놈만 힘들다. 그렇다고 안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0.15
사랑의 기쁨 또는 서운함 남삼한 검은머리, 검은 눈. 검은 뿔테 안경. 이런 이지적인 외모에다 카랑카랑한 목소리. 수많은 히트곡에 전 세계를 돌며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던 여인.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눈부시게 고독한 젊은 시절에 나는 그녀의 종이 돼도 좋다 할 정도로 그녀에게 빠졌었다. 그녀의 노래는 음울하다. 고..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5.10.12
내가 좋아하는 세가지 촉감 그 하나, 이발소 의자에 누워 면도할 때. 잘 갈린 면도칼이 싹싹 턱 밑을 쓸고 지나가는 촉감은 아주 환상적이다. 그 둘, 여자를 포옹할 때 가슴에 닿는 물컹한 촉감. 남자에게는 부족한 2%의 무엇. 그래서 이성에게 끌리는 거겠지. 그 셋, 선잠인 채 눈을 떴을 때 포근히 감기는 이불의 보드라운 촉감. 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9.22
쓸쓸한 연가 가을, 늦가을이었다. 그 아침, 스산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길위에 수북이 떨어지고 있었다. 찬이슬이 흠뻑 적셨다. "어쩐지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네요" 스산했다. 늦가을이어서가 아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내려 쌓여서도 아니고 빌어먹을 이슬 때문도 아니었다. 어쩌면 가슴은 울..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5.09.10
폭풍 후에 천지가 개벽을 하듯 만물이 어지러웠다. 용이 승천을 하듯 숲이 뒤집어졌다. 하늘과 땅이 분노해 만상을 집어 삼키려는가. 내륙에 살 때는 이름만 들어 봤지 태풍이 뭐야 그저 바람이 쫌 세게 부는 거겠지. 정선에 온 후로 세 번째 맞는 태풍. 온세상을 찢어 놓는 강력한 폭풍 루사 매미 나비. 이게 태풍..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9.07
난 아냐 이쁜 아이가 있다. 줄 것이 없다. 오늘도 과자는 내가 먼저 먹어 버렸다. 그녀의 여행가방에는 늘 과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그걸 꺼내 먹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처음엔 혹 나를 주려는 건 줄 알고 김칫국을 마시기도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여자. 여행길에 늘 부딪치게 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9.03
아날로그 소녀 지선이 그저 귀엽고 착하게만 생긴 외모다. 피자를 좋아할 것 같은, 디카를 좋아할 것 같은, 꽃미남을 좋아할 것 같은…… 젤리슈즈를 좋아하고 압구정을 돌아 예쁜 액세서리를 사들이며, 또래의 친구들과 만나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떨며, 가끔은 주말에 외박도 할 것 같은 그런 평범한 아가씨다. 이번 여름장..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8.29
여자친구 이야기 내게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친구는 필기구에 몹시 집착한다. 김유정의 소설 <떡>에 나오는 계집아이 같다. 잔칫집에서 떡에 집착해 꾸역대고 떡을 먹다가 결국은 떡으로 죽고 마는(아니다 죽진 않는다) 그 아이를 생각하게 한다. 편리하고 빠른 디지털이 일상화한 요즘에 이 친구는 굳이 구식 종..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8.27
야 시꺄 '야시꺄'는 강아지 이름이다. 두 노인네가 돌아가시고 난 빈집에 새로 사람이 들었다. 늙숙한 내외분인데 이웃하고 살면서도 첫인사 외에는 한번도 말을 트지 못한 상태다. 내외분과 함께 강아지도 두 마리 식솔이 되어 왔다. 둘 다 하얀 백구로 크기가 한 놈은 한 사발 정도, 다른 놈은 두 사발 정도 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