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2월과 3월 주말이면 어김없이 날이 궂다. 눈 아니면 비, 진눈깨비. 이런 현상도 궁극적인 원인은 인간에 의한 문명화에 있다고 한다. 화창한 주말을 즐기려면 도시화를 지양하고 대기를 맑게 정화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하긴 이제는 주말의 특성이 없어졌다. 평일에도 여기저기 놀만한 곳..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31
귀신새가 운다 귀신새가 운다. 예년엔 5월 신록이 푸르기 시작할 무렵에 소리 들리더니 올해는 아직 밤으로 냉랭한 철인데 밤이 이슥하도록 울어댄다. 평창 숲으로 이사를 간 한 여인네에게 귀신새 이야기를 했더니 막 화를 낸다. 그렇잖아도 밤이면 무서워서 문밖엘 못 나가는데 그런 얘길 하면 어떡하.. 서늘한 숲/숲에서 2012.03.31
프로방스의 목가, 아를르의 여인 내 방앗간에서 내려와 마을로 가자면 길가에 서 있는 팽나무가 심어져 있는 널찍한 정원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한 농가의 앞을 지나게 된다. 그것은 어떻게 보아도 프로방스 지방의 소지주의 전형적인 집으로 붉은 기와를 이고 있으며, 갈색의 널따란 정면 벽에는 불규칙하게 창문이 열..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12.03.31
도륙 오래 전 청송 주왕산에 잠시 머물 때 숲의 많은 소나무들이 저런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물어 봤더니 일제시대 일본 놈들이 소나무에서 송진을 뽑아 내서는 항공유로 썼다고 한다. 태평양전쟁을 벌이면서 전투기 등의 연료를 금수강산 우리 숲에서 빨아 낸 것이다. 아하 식민지 건설이란 .. 서늘한 숲/숲에서 2012.03.30
영화처럼 텅 빈 들판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햇살에 애애했다. 풍경이 좋아 차를 세우고 논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바스락바스락 발밑에서 너테 부서지는 소리. 어릴 적 창애에 걸린 새를 보려고 디뎌 나가던 이른 아침의 논두렁에서도 수없이 너테가 내 작은 발바닥에 부서지곤 했다. 참으로 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8
내 생애 단 한번 뿐인 맘성엔 입춘 무렵에 이미 겨울이 끝났으려니 했다. 해마다 그러곤 한다. 날은 추워도 중동(仲冬) 혹한 만큼은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겠다. 그로부터 달포나 지나도록 여전히 깊은 적막이다. 눈이 내릴 적마다 이게 마지막 눈이겠거니 하곤 하지만 매번 배신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고 보면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7
섶다리가 있었다 시어 고부라진 짠지에 물말이로 볼가심한 아버지가 섶다리를 건너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개울을 건너 장엘 나갔다. 애녀석들은 하루 종일 섶다리에 나가 아버지를 기다렸다. 군인 간 아들이 뚝바리가 되어 절름거리며 돌아온 곳도 섶다리였고, 먼뎃 사람한테 시집을 가는 큰애기가 울음을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12.03.25
무시로 맞닥뜨리는 죽음 오소리가 한 마리 죽어 있었다. 자기방어가 뛰어난 오소리가 어쩌다 물가에 와서 죽었을까. 돌에 부딪쳤는가 주둥이에서 흐른 피가 돌멩이에 벌겋게 굳어 있다. 인생사고(人生四苦) 제행무상(諸行無常) 어느 것이나 생로병사의 고통을 지고 있으며 또한 영원한 것은 없으니 뭇 중생 중 하.. 서늘한 숲/숲에서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