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그대 속상하거든

설리숲 2006. 7. 8. 22:44

 세밑에 원주,

 도심이어도 세밑의 풍경은 그저 그렇다. 소란하지도 않고 그냥 평온한 일상.

 

 전날 저녁 그에게서 전화가 오다.

 목소리에 잔뜩 알코올 냄새가 묻어 있다. 너무 속상해서 혼자 나와 술을 마시고 있노라는... 간간이 훌쩍거리는 소리도 난다.

 처음이다 그의 취한 목소리는.

 늘 쾌활하고 여장부다움만 보이던 그가 처음으로 내게 그렇게 전화를 걸다.

 

 왜 모르겠는가.

 늘 허허거리는 그 이면에 감춰진 그 슬픔과 신산을....

 왜 내가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그도 여자다. 가녀리기 그지없는 여자인 거다.

 친구,

 속상하면 그저 울어요. 내 누구한테는 제발 울지 말라 하지만 당신은 그저 울라고 실컷 울라고 가슴이 휑 비도록....

 

 내 가까이 있다면 그 등이라도 톡톡 두드려 주고 싶다만 그래 봤자 무슨 위로가 될까. 제 운명은 다 제가 안고 가야 함을.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니 곧 웃게 될거다.

 

 요즘은 나도 어수선한 기분이다.

 나도 인간이라 머리와 감성이 따로 노는 걸 어쩌겠나. 그래 그냥 되어지는 대로 사는 거지 뭐.

 그게 참 편해.

 

                                     20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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