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그 사나이 마을에 과부가 하나 들어왔다. 미모가 일색이라 사내 치고 군침 아니 흘리는 자가 없었다. 박 선비도 그 중 하나여서 제 처도 자태 곱기로는 짜하건만 새로 온 과부가 몹시도 탐이 났다. 여러 날을 두고 머리를 쥐어짜고는 드뎌 작업에 들어갔다. 과부는 절세가인이지만 가세가 궁핍한 처지였다. 박 선..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6.06
가은선을 따라서 이름이 예쁜 가은(加恩). 원래는 점촌과 가은읍을 잇는 22.4km의 버젓한 철도였지만 문경선이 개통되면서 점촌역과 진남역 구간의 노선은 문경선으로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9.5km 남은 가은선도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시난고난하다 이제는 덧없이 폐선되어 버렸다. 풀숲에 덮여 버린 녹슨 레일을 따라 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5.29
청주 무심천 초여름 청주 도심을 남북으로 가르는 무심천 가장 아름답게 보존된 하천이라는 명성 이것저것 뜯어 고치지 않고 자연상태 그대로 가꾼 모범적인 하천이다. 뜬금없이 이명박이 떠오른는 건? 그 양반이 자신의 치적으로 앞세우는 서울의 청계천... 돈을 처발라 개조한 성형미인 청계천보다 훨씬 아름답..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5.26
물가에서 문경의 어느 물가에서 가만히 들여다 보면 물 위에 티끌들이 잔뜩 떠 간다. 부질없다. 어깨와 등을 태울듯이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는데... 부질없다. 포레 - 물가에서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5.24
거리의 악사들에게 박수를 다른 건 다 그저 그런데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나두 머 그리 음치는 아니지만서두 썩 잘하는 편은 아니니까. 어쩌다 노래방엘 가면 정말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있어 기가 막힐 정도야. 헌데 그런 사람도 진짜 가수에 대면 별거 아니라는. 그래 가수란 참으로 하늘에서 복을 받고 난 사람이라고 생..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5.06
장항선 장항 역 장항선이라 함은 원래 천안에서 장항까지의 노선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시발역이 용산으로 돼 있고, 올해부턴 종착지도 장항이 아닌 익산까지 연장되었다. 고로 장항선이라는 노선명도 이젠 의미가 없어졌다. 하긴 이제는 '증기로 가는 차'가 아님에도 여전히 기차(汽車)라고 하니 장항선이란 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5.02
노동절 아침에 송순, 정철 등 국어시간에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문학가들. 행세 깨나 하고 후세에 이름이 남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그들은 문학가이기 전에 정치인들이다. 조선시대가 그렇다. 가사문학의 최고봉이라는 그들은 사생활도 풍류일색이었다. 경치 좋은 곳에 정자, 누각 따위 지어 놓고 시..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5.01
금강에서 봄을 보다 금강 하구 봄은 무르익어 분분히 꽃잎 날린다. 강이 하니라 드넓은 바다다. 강 건너 군산은 큰 도시의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섰고, 이쪽 서천은 조촐한 너무도 한적한 시골길이다 금강 하구언이 시작되는 지점 이런 곳에도 있나 싶은 곳에 제법 번다한 유원지가 조성돼 있다. 여기..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4.22
엽기소나무 외로운 소나무가 하나 있다. 아니 괴로워 보이는 소나무가 있다. 정선 함백의 엽기소나무. 무성한 숲을 죄다 밀어버리고 드넓은 평원을 만들었다. 그곳에 그 소나무가 하나 뻘쭘하게 서 있다. 저 소나무는 왜 마저 베어 버리지 않았을까. 어울리지 않은 그 생경함에 영화감독은 모티프를 느꼈을까. 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