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장항선 장항 역

설리숲 2008. 5. 2. 20:40

 

 장항선이라 함은 원래 천안에서 장항까지의 노선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시발역이 용산으로 돼 있고,

 올해부턴 종착지도 장항이 아닌 익산까지 연장되었다.

 

 고로 장항선이라는 노선명도 이젠 의미가 없어졌다.

 하긴 이제는 '증기로 가는 차'가 아님에도 여전히 기차(汽車)라고 하니 장항선이란 이름도 오래갈 것 같다. 

 

 어쨌거나

 일제 때 드넓은 이곳의 곡물을 실어내기 위해 개항해서 오랜 세월을 번창했던 그 장항이었다.

 이젠 그 영광(?)도 다 쇠퇴해 버린 초라한 동네가 되었다.

 장항선이 익산까지 연장되면서 새로 역사를 지었다. 읍에서 한참이나 나가야 하는 아주 불편한 들판 한가운데다.

 읍 한복판에 있던 구 장항역은 이젠 화물열차 역으로만 쓰이고 있다.

 

 어쨌거나

 폐쇄된 구 장항역이 역사 박물관으로 다시 난다는 정보만 믿고 찾아갔는데,

 

 박물관은 개뿔~~

 역사만 덩그러니 있고 출입문도 폐쇄했다.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니 대합실에 리어카만 하나 놓여 있다.

 

 

 장항이란 읍 전체가 이 모양이다.

 말이 읍이지 정말 여기가 과거 번성했던 그 유명한 장항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

 

 거리에 드문드문 나다니는 사람이나 제법 부더운 봄날 오후 문을 열어 놓은 가게 주인들이나 죄다 무료한 얼굴들이다. 뭐 사는 게 그닥 즐겆비도 않아 보이고 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아주 나태하고 늘어진 인상의 읍내 거리다.

 시가지 자체가 과거의 60년대의 모습에서 그대로 멈춰선 곳이다.

 흠~ 여기서 살다간 나도 같이 희미해지겠군.

 

 부러 먼곳에서 찾아온 시간과 경비가 못내 아깝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런 이질적인 곳에 잠시라도 내 두발이 디뎠다는 것 하나는 의미가 있겠다 싶은...

 

 

 

 

 

 

              

사람들 표정만큼이나 읍내의 모든 것들이 정지해 있다.  버스터미널은 있으나 걸린지 오래인 듯 자물쇠가 녹이 슬어 있다. 사우나도 천정에 거미줄이 다래다래.

 

 

 한때는 꽃다운 여인들이 살았을 다방도 일본인들이 버려두고 간 적산가옥 마냥  을씨년스럽다 이 따뜻한 봄날에...

 

 

장항은 금강 하구다. 강이라기보다는 바다라 함이 적당하게 강폭이 아주 넓다. 이쪽 장항과 저 건너 군산을 여객선이 오간다. 여객선 터미널 앞의 풍경이다. 이곳도 60년대의 그 풍경이다. 이 앞을 지나칠라치면 안에서 젓가락 장단에 뱃사람들과 작부들의 불콰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다. 

 

 

 

                        읍으로 들어갈 때는 제철을 맞은 벚꽃이 나그네를 한껏 들뜨게 하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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