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이름은 ‘재순’이다. 딸이라서 재수가 없다고 그랬단다. 큰외삼촌이 맏이니 아들을 먼저 하나 놓았으면서도 딸이라 재수가 없다고. 이모는 또 낳았다고 ‘또순’이다. 출생신고를 할 때는 한자여야 하니까 호적에는 ‘황도순(黃道順)’이라 등록했다. 자고로 여자아이가 나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3.29
브래지어를 벗어라 브래지어를 벗어라 여성들이여, 사슬을 풀자 구속의 문을 열자! 벗자 벗어 버리자, 여성들이여. 어느 여성단체에서 벌이는 계몽운동 중에 브래지어를 벗자는 운동이 있더라. 그들이 페미니스트인지는 모르겠다. 페미니즘 혹은 여성지위를 향한 캠페인이라 하기엔 자가당착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까움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3.28
비밀의 숲 영화 <비밀의 숲 - 테라비시아>에 나오는 레슬리란 캐릭터를 좋아한다. 소녀이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매사에 자신감이 넘쳐 있다. 친구 제시의 남녀차별적인 발언에도 불쾌해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제압한다. 제시 : 네 글에 쓴 건 실제로 본 건 아니지? 레슬리 : 그럼 네가 그린 그림은 실제로 본 것..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3.23
외출 무슨무슨 영화촬영지라고 떠들썩한 곳을 찾아다니는 게 영 생리에 맞지 않는 나. 작년 여름 삼척 덕풍에 바캉스를 다녀오는 길에 투숙했던 모텔. 현관에 영화 <외출> 촬영지라고 써 붙인 것을 비롯해 영화의 한 장면을 크게 확대한 걸개그림이 붙어 있네. 원래가 영화를 싫어하는지라 개봉영화든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3.23
인생 강원랜드 앞 큰길에서 보이는 좁다란 샛길이 있다. 그 산길로 접어들면 가파른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새로운 여행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화절령으로 오르는 길이다. 그 오르막 어디쯤에 탄광의 흔적이 있다. 보배로운 탄맥을 품고 길게 누운 백운산 줄기에 한때 그 보석들을 꺼내기 위한 흥성거리는..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3.23
이방인 공장이다. 참말 오랜만이다. 여자가 많고 남자는 한 스무 명 남짓 되나. 남자들 중의 태반이 외국인이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우즈베키스탄... 내국인들은 참 무뚝뚝하다. 처음 본 내게 먼저 말 걸어 주는 건 죄다 외국인이다. 아는 단어 몇 개만으로도 그들은 사람을 참 기분 좋게 해준다.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3.22
영암선 석포 역에서 여전히 70년대의 그 세월 속에 있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그 시절의 그 무엇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걸까. 경상도 땅이면서 강원도 태백에 빌붙어 살아야 하는 연민의 땅. 그래도 이곳에 가서 면소재지 삼거리에 서서 휘둘러보면 휘황찬란한 도시색채가 없어서 좋다. 그저 고독하고 음산해서 좋다.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2.12
익명이 주는 충동 여행은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다. 나도 낯설지만 그곳의 사람과 풍경들도 내가 낯설다. 나는 여행지에서 까닭 모를 욕망이 생긴다. 아주 멋진, 아주 멋지진 않아도 그런대로 매력적인 여자를 보면 하다못해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다. 평소엔 그러지 못하면서 영행지에서는 용기가 생긴다. 낯설음이 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2.04
화절령... 그 아침... 그 안개 속에서 숲에도 오솔길에도 풀섶에도. 등성이에도 고갯마루에도 저 아래 잠들어 있는 사북의 천공에도. 안개 안개 안개... 세상은 온통 안개였다. 징조가 좋았다. 안개가 끼면 맑은 날이라는 게 맞는다면 그날의 새벽안개로 봐선 쾌청한 날이 되리라는. 이 지방엔 정확히 12일간 비가 내렸다. 지겨운 놈의 비. 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25
요즘 여자들이 너무 편하다구요? 얼마 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30~40년이다. 우리가 이만큼 문명의 이기를 쓰면서 편리하게 생활한 게. 불 때서 밥을 하고, 고무장갑도 없어 맨손으로 얼음장 물에 빨래를 하던 게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남자들이 흔히 그런다. 참 세상 좋아졌다고. 세상 좋아져서 전기밥솥에, 세탁기, 청소기, 냉장..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