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갔더니 어느 조릿대 군락이 죄다 꽃이 피어 있다. 줄기와 잎은 쇠해져 말라 가고 있었다. 곧 생을 마감하려는 생명들이다.
대나무 종류는 평생 딱 한 번 꽃이 핀다. 죽기 전에 자손을 번식하기 위한 본능이다.
모든 생명 가진 것은 다 그렇다. 고목이 된 소나무는 자신의 최후를 알아 가지가 휘어지게 솔방울을 단다. 인간도 다르지 않아 교수형을 받는 남자는 생식기가 잔뜩 발기한 상태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이렇듯 희귀한 꽃이기로 대나무 꽃을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사람들은 제멋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꽃을 피운 조릿대는 그러나 더이상 자손을 번식하지 못한다. 대나무는 꽃이 아닌 뿌리로 번식한다. 그러므로 죽기 전의 이 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종족번식의 본능에 지나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생의 마감을 앞둔 조릿대의 뿌리를 떼어 다른 장소에 이식해도 역시 본 줄기와 같이 죽는다.
지리산에서 본 조릿대 군락지는 이제 사라질 것이다. 대신 그 자리에 다른 식물 군락이 번성하여 한 시대를 풍미할 것이고 그 뒤를 또다른 식물이 이을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스스로 질서를 만들며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
自然! 스스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