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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호숫길

숲도 푸르고 호면도 푸른 여름날의 호수. 환경파괴라는 숱한 비난을 감내하면서 횡성댐은 건설되었고 거대한 호수가 생겼다. 이왕 만들었고 원상태로 복귀할 수는 없으니 이 환경에서 인간은 또 최대의 혜택을 누리는 발상들을 한다. 호젓하게 호안가를 걷는다. 여름은 깊어가고 아름다운 날들이다. 뒷이야기, 배후의 사연이 이젠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즐기고 싶다. 골치 아픈 것, 여행은 그런 것을 버리는 즐거운 작업이다. 여름이 되니 여름이 젤 좋다. 겨울에는 겨울철이 젤 좋더니. 예전엔 반대였는데. 눈이 시리도록 푸른 이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연.

거제 해금강

그 명성을 오랫동안 들어 한번 가보고 싶었다. 기대가 컸을까.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명성을 모르고 보았더라면 대단한 절경이었겠다는 것은 인정. 낚시꾼들의 천국이다. 이곳도 몰지각한 행태의 온상이다. 눈에 보이는 바위틈마다 쓰레기, 또 음식물 쓰레기.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들이 주종인 걸로 보아 낚시꾼들의 짓이다. 아름다워 그 이름 해금강이거늘 악취 풍기는 해금강이다. 우리는 선진국 국민인가. 멘델스존 : 핑갈의 동굴 서곡

통영 동피랑, 그 다이나믹한 골목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해마다 봄, 또는 초여름에 통영을 가게 된다. 그때마다 들르게 되는 통영항 남망산공원 또 중앙시장, 그리고 동피랑 골목. 시장에서 먹는 멍게비빔밥이나 성게비빔밥은 아주 일품이다.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통영의 맛. 동피랑. 피랑은 벼랑의 이곳 말이라고 한다. 골목은 그 골목이어도 매번 같지 않은 것은 벽화가 갈 때마다 바뀌어 있어서다. 머물러 있지 않고 늘 새롭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 같은 역동적인 바다 같은 기상이 좋다. 무서버라, 카메라 메고 오모 다가? 와 너무집 밴소깐거지 디리대고 그라노? 내사마 여름내도록 홀짝 벗고 살다가 요새는 카메라 무서버서 껍닥도 몬벗고 고마 덥어 죽갔능기라. 어쩌다 한번 오는 관광객들에겐 호기심 천국이지만 주민들은 짜장 성가시고 불편하기 이를 ..

맑고 서늘한 청량사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의 눈소식이라도 들릴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밤이 올까 창호문에 그림자 고요히 어른거릴까... 맑고 서늘한 사찰 청량사. 청량(淸凉)이란 어감 덕분에 늘 그런 이미지로 마음에 인식되어 있었다. 우정 녹음 푸르른 철에 찾아들었다.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는데 비로소 청량한 도량을 만나러 갔다. 좁다란 찻길을 내지 않았다면 청량사는 설악산 봉정암 같은 심산유곡 도피안이었을 것이다. 허위허위 올라가니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에 도량이 나오고 염불하는 수행자와 보살들의 터전이다. 게다가 많은 관광객들이 하루종일 드나든다. 마치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유토피아에 건설한 왕국인 것 같다. 6..

이것도 시대의 한 흐름이려니

코로나19의 공포가 가장 극심하게 확장될 무렵 자택근무에 돌입한 회사들이 있었다. 극히 일부다. 현실적으로 그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직업에 엄연한 귀천이 있어 출근 안하고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귀한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일터에 나가야 하는 일이다. 매일의 러시아워에 버스나 지하철이 여전히 콩나물시루처럼 바글바글하다. 그래도 출퇴근길에서 확진되었다는 사례는 없었다. 그 공은 전적으로 마스크에 있다고 확신한다. 결국 코로나도 그리 두려워할 것까지는 아니란 생각을 한다. 이 위대한 마스크. 시대상을 반영할 유적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인류는 평생을 마스크를 부착한 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창녕 우포늪

‘늪’이라는 단어는 보통 문학적인 관용어로 쓰이는데 부정적인 이미지다. 늪에 빠진다. 헤어날 수 없다 등등. 인문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면 ‘늪’은 그야말로 자연의 시원이다. 살아 숨쉬는 생명의 보고다. 바닷가의 뻘도 그렇다. 늪가에 가까이 서 있을 때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생기는 이유다. 사람의 몸에 내재돼 있던 원시적 생명력이 슬그머니 살아나는 움직이는 것이다. 겨울에만 두어 번 갔었다. 한창 생명력이 왕성해지는 계절에 우정 다녀왔다. 그저 늪이니 아름답다는 미사여구는 진심이 아니다. 보이느니 혼탁한 물이요, 나무와 풀이다. 그 안에 깃들이고 사는 수많은 생명의 세계가 아름다운 것이다. 늪 주변을 따라 걷는다. 너무 늪에 가까이 접근하지 않게 적당한 거리로 나 있다. 유명관광지지만 음식점 매점 ..

호반의 가을, 청남대

가을은 그냥 침잠한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도 갈색 나뭇잎에 가슴은 내려앉고 마는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에겐 아주 좋은 계절이다. 아무 데나 갖다대고 눌러도 그림이 된다. 청남대 호수에 가을빛이 절정으로 무르익었다. 대통령의 휴양지라는 선입견만 빼면 최고의 가을호수 풍광이다. 이런 곳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대통령이란 지위가 지고한 존재임을 딱 한번 절감해 본다. 사전 예약으로만 입장이 된다. 전날 열심히 두드려서 예약을 하고 결제도 완료된 것으로 믿고 갔는데 청남대 정문에서 예약이 안 됐다고 한다. 내가 어설프게 잘 못했나 보다. 그래도 박정하지 못한 게 사람 사는 사회라 미적거리며 되돌아 나오려고 하는데 이왕 오셨으니 지금 매표하시고 들어가시라 한다. 그렇지 원리원칙만이 미덕은 아니니 이..

여주 신륵사

이름 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왠지 '신록'이 연상되는 신륵사. 수행의 도량이라기보다는 시민공원의 성격이 더 짙다. 신록의 계절 5월 어느 아름다운 날에. 쪽동백 꽃잎이 흩날려 오솔길을 덮고 있다. 때죽나무와 꽃이 똑같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죽나무는 잎이 작고 쪽동백은 아주 크다. 5월은 또한 이팝나무의 계절이다. 이맘때면 전국 어디라도 이밥 같은 하얀 꽃의 천국이다. 슈만 : 아름다운 5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