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사를 처음 찾았던 게 2002년 12월이었다. 공동체마을에 축복하지 못할 결혼식이 있었다. 축복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결혼이 있었다. 감히 말리지는 못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그들의 결혼을 부정하는 내 알량한 의사표시였다. 날은 왜 그리 추운지 전라도 일대는 눈 내리고 며칠이 지나도록 녹지 않고 그대로 설원이었다. 차창 밖의 설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인데 그 정취를 즐기지 못하게 마음은 얼어 있었다. 이름 모를 산협 모퉁이의 암자들을 찾아다녔다. 훗날에야 일종의 ‘암자순례’로 포장했지만 사실 당시는 왜 그러고 싸돌아다녔는지 알 수가 없다. 실은 그 며칠 전부터 정찬주의 포켓용 책을 일고 있었던 참이었다. 책에 소개된 암자들을 찾아 전라도 일대를 헤메 다녔다. 시시각각으로 그때의 소회를 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