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407

단양 온달산성

자, 진격하라우! 온달 장군은 군사를 진두지휘하여 적진을 향해 질풍같이 말을 달렸다. 그러나 실은 불만을 혼잣말로 씨부리고 있었다. "닝기미! 내래 고저 군대 안 갈라고 18년을 그리 또라이짓을 했디. 근데 무스거 저 평강이 썅 에미나이 때문에 완존 조때부렀어야..." 지금처럼 예전에도 군대는 다들 기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병역기피자를 색출하기 위해 왕이 평강공주를 보냈다는 야사... 믿거나 말거나. 결국 온달은 전쟁터에서 삶을 마감했다. 계속 바보로 살았다면 오래 살았을 것이다. 온달이 장수가 되어 전쟁터로 나가서 그 어머니는 아들을 잃었다, 평생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비운의 온달. “너 없이 천년을 혼자 사느니 너와 함께 하루를 살겠어”라는 노래 가사도 있는데 바보로 오래 사는 것보다 장수로..

그리운 바다 성산포

그곳에 바다가 있었다.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의 바다. 부여에서 나서 제주 사진작가가 된 김영갑, 평원에서 나서 제주 화가가 된 이중섭. 또한 서산에서 나서 제주 시인이 된 이생진. 그들에게 영감을 준 제주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나는 제주에서 그 어떤 모티프도 얻을 수 없었다. 다만 성산포에 탐닉한 이생진 시인의 필적을 찾아 바다 성산포를 거닐었다. 가을은 점점 깊어 가는데 바다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제주에서, 성산포에서 아무 영감도 얻지 못한 둔감한 내가 무슨 이야기를 여기에 쓸 수 있을까. 성산포를 사랑하고 그리워한 이생진의 시 구절만 가져다 옮기면서 이번 성산포 여행기를 대신한다. 일출봉 매표는 7시부터다. 일출봉이야 해돋이 보러 가는 곳이니 새벽에 부지런을 떨어 올라가면 공짜로 들어간다. 오..

석모도 보문사

참 멀고 먼 노정이다. 내비로는 3시간 40분 걸린다 해서 제법 많이 걸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먼 길이었다. 아침 8시에 집에서 떠났는데 보문사에 도착한 게 오후 1시 30분이다. 도중에 지체한 건 아침 먹느라 휴게소에 들르고 자판기커피 한 잔 먹느라 또 한번, 도합 두 번 휴게소에 들렀다. 서울 시내에 들어서 올림픽대로에서 강화 섬으로 넘어갈 때까지의 거리도 거리려니와 차도 많고, 웬 신호는 그리 많은지 움직이는 시간보다 신호대기시간이 더 많은 것 같이 느껴졌다. 하도 짜증이 나서 그냥 돌아가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쯤까지 왔으니 집으로 돌아간대도 또 이만큼의 시간이 걸릴 테니 그냥 차에서 하루를 허비한다는 게 속상했다. 귀한 주말 이틀 중의 하루를 그냥 날려버리게 되니. 그게..

제천 의림지

국사시간에 배운 것들을 어른이 되어 찾아본다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법주사 석굴암 행주산성 촉석루 등등. 옛 삼한시대에 축조된 걸로 전해지는 3대 저수지. 밀양 수산제, 김제 벽골제, 제천 의림지. 이들은 지금 시민공원화되어 있다. 어제는 벽골제에 갔다가 코로나로 인한 전편폐쇄로 인해 헛걸음으로 돌아왔고 오늘 의림지를 다녀왔다. 가까운 곳은 더 안 가게 되는 이상한 이런 심리는. 방역관리도 천차만별이어서 벽골제는 통제, 의림지는 허용이다. 수산제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얼른 돌림병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마음 편하게 둘러보게. 날이 잔뜩 흐려 호수의 풍광이 우중충하고 사진도 어두침침하다. 어쨌든 가을이 한층 짙어져 가고 있다.

만경평야의 들판과 코스모스

이런 날은 더 쫄쫄 굶게 마련이다. 추석이라고 음식점은 거개가 문을 닫는다. 가정으로 안 돌아가는 홀로족이나 먼 이방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긴 연휴가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아예 폐점을 한 식당들도 훨씬 많다. 이런 때 편의점은 참 반갑고 고마운 상점이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느끼는 애잔한 감정. 이런 날에도 집에 있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점원이나 아르바이트생들. 삶이 팍팍한 건가. 전에는 그렇게 동정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친지들 모인 자리에서 대답하기 싫은 질문 폭격을 받는 것보단 탈출해 나와 일하는 게 홀가분하고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김없이 들판은 이리도 가을이 가득 찼다. 가네 마네 모이네 마네 사람들만 안달복달 속끓이지 계절은 왔다가 또 가고. 김제시 광활면이다. 광활면(廣活..

제주 비자림

제주 비자림, 한여름인데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어둑신하게 우거진 숲속이라 사진이 선명하게 안 찍혔다. 사실 비자나무 말고는 그닥 볼거리는 없다. 입장료가 3천원이다. 여타 다른 수목원들을 생각하고 들어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좀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지금은 코로나블루의 암울한 시절. 서늘한 원시림 숲길을 걷는 것에서 심신을 치유한다면 괜찮은 방문지다. 샤브리에 : 목가

추자도 올레길

내 평생에 추자도를 가보리라고는 꿈도 꾼 적 없었다. 그저 남해바다에 절해고도가 하나 있지. 옛날엔 유배지였다지. 본토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있다지. 막연하고 먼 미지의 섬이었다. 시쳇말로 대박이다. 막연한 이어도 같은 그 섬에 내가 들어갔다. 여행을 다니면서 다음 주는 어디로 갈까 대강 얼개를 잡고 서너 곳 후보지를 생각한다. 이번에 예정에도 없는 이틀간의 휴가가 생겨 버렸다. 갑자기 맞닥뜨린 휴가에 당황하여 생각을 정리하다가 뜬금없이 추자도가 떠올랐다. 태풍 ‘마이삭’이 전국을 휩슬고 있었다. 마이삭의 진로를 주시하다가 추자도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아 그럼 저길 가봐야지, 태풍이 끝나면 배도 출항하겠지. 마이삭과 뒤이은 하이선 사이의 이틀간을 그렇게 해서 추자도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추자도..

영양 자작나무 숲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을 본 눈에 이곳의 자작나무숲은 성에 차지 않았다. 굳이 장점을 부각한다면 원시림에 가깝게 인공의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는 것이겠다. 여북하면 이 숲을 찾아가는 길이 그리도 험한지. 겨우 겨우 들머리를 찾아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블한 비포장도로를 30여분 간 허위허위 오른다. 도중에 차 한 대 마주치는 경우는 종잇장처럼 얇은 틈을 비켜 지나가야 한다. 두 번을 그렇게 아슬하게 넘겼다. 그나마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탐방객이 많지 않으니 다행이다. 영양에서는 이곳을 새로운 관장지의 명소로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좀더 지나면 인프라가 구축될까 모르겠다. 뭔지 몰라도 입구 쪽에 공사가 진행 중이긴 하다. 지금은 멀리서 시간과 비용 들여 찾아가긴 미흡해 보인다. 그래도 일단 숲에 들면 말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