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 고급 옷가게에서 일행인듯 한 여자손님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데, 한 물건을 놓고 다투었다. 400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은 옷을 놓고 디자인과 색감이 세련됐다느니 재질이 고급스럽다느니 침을 튀기며 극찬하며 서로 사겠다고 우기다가, 그때 종업원이 와서는 가격표가 잘못 붙었다며 새로 붙이고 갔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2.02
바람부는 날 주접떨기 고등학교 때다. 학교 변소에 LP가스통만한 플라스틱 용기가 아주 많이 놓여졌다. 오줌을 거기다 누라는 거였다. 화장품회사에서 갖다 놓은 것이었다. 남자오줌을 받아다가 화장품을 만든다고 했다. 의문이 생겼다. 왜 남자오줌일까 여자는 안되고? 나는 아마 이것도 음양의 조화를 따지는 건가 보다 심..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1.21
얼어죽을 선생님 의사는 그냥 의사지 선생님이 아니다. 요즘 보면 너두 나두 의사더러 선생님이라 한다. 아이들더러도 엄마는 그런다. "의사 선생님이.... 어쩌구 저쩌구" 아이들에게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고취하는 효과도 좀 있긴 하다만, 선생님이라... 우리에게 뭐 별로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 무슨 얼어죽을 선생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1.09
엄마 생각 가을도 이만큼이나 깊었다. 늦은 밤, 을씨년스런 야기에 몸을 떨며 마당에 나가 서서 오줌을 눈다. 문득 올려다 본 밤하늘에 별이 참 숱하게도 많다. 내 어릴 적 산골 밤하늘에도 저리 은가루를 뿌린 듯 별들이 총총했더랬지. 마실 갔다가 쓰러져 잠든 여섯 살짜리 막둥이가 문득 눈을 떴..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5.11.04
잔학한 사람 피를 보면 사람은 흥분한다. 피에 열광하고 피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한국의 금메달획득과 순위상승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다. 얼마나 많이 때리느냐, 얼마나 세게 때리느냐, 급소부분을 예리하게 지르느냐에 따라 심판은 점수를 주고 관중은 열광한다. 코피가 흐르고 멍이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0.27
그래 존나게 뛰는 거다 작금 세태의 변화를 나는 조깅과 러닝머신에 비유해 본다. 조깅이란 빨리 뛰면 힘은 들어도 빨리 도착한다. 즉 열심히 뛴 만큼 목적을 빨리 이룰 수 있다는.... 요즘의 세태는 러닝머신. 아무리 존나게 뛰어도 항상 제자리다. 다람쥐 쳇바퀴 돌기다. 조금의 전진도 없이 뛰는 놈만 힘들다. 그렇다고 안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10.15
사랑의 기쁨 또는 서운함 남삼한 검은머리, 검은 눈. 검은 뿔테 안경. 이런 이지적인 외모에다 카랑카랑한 목소리. 수많은 히트곡에 전 세계를 돌며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던 여인.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눈부시게 고독한 젊은 시절에 나는 그녀의 종이 돼도 좋다 할 정도로 그녀에게 빠졌었다. 그녀의 노래는 음울하다. 고..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5.10.12
내가 좋아하는 세가지 촉감 그 하나, 이발소 의자에 누워 면도할 때. 잘 갈린 면도칼이 싹싹 턱 밑을 쓸고 지나가는 촉감은 아주 환상적이다. 그 둘, 여자를 포옹할 때 가슴에 닿는 물컹한 촉감. 남자에게는 부족한 2%의 무엇. 그래서 이성에게 끌리는 거겠지. 그 셋, 선잠인 채 눈을 떴을 때 포근히 감기는 이불의 보드라운 촉감. 그..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9.22
쓸쓸한 연가 가을, 늦가을이었다. 그 아침, 스산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길위에 수북이 떨어지고 있었다. 찬이슬이 흠뻑 적셨다. "어쩐지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네요" 스산했다. 늦가을이어서가 아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내려 쌓여서도 아니고 빌어먹을 이슬 때문도 아니었다. 어쩌면 가슴은 울..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