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서(壁書) 황금횃대 왔단다 청산에 별곡 묻히리! 토루군 왔음 아싸! 좋구나 아름다운 두이노의 문원 정말 숲속의 숲이 되고 싶다. -두이노의 숲 이곳에서 내가 피어나리라 -한상훈 우리 참 멋있게 살자 아름답게 그렇게 誠於中形於外 뭐를 열심히 하는 가운데 밖으로 이루어지리라 이와 같은 방명록들이 적혀 있..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7.17
먼 길에서 돌아와 "중간에 하나 둘씩 빠져나가니까 맥빠지고 재미없다. 나두 가고 싶어져" 어느 아침 내 옆에서 식사를 하던 두공 님이 한 말이다. 거기에 별다른 대꾸는 안했지만 나, 속으로 이렇게 뇌까렸다. 세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 여행후기를 쓸라치면 왜 꼭 人生을 들먹거리게 되는지 나 자신조차 모르겠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6.13
봄의 서정 하루가 다르게 무르익는 봄기운은 산속 촌놈의 가슴도 살랑이게 한다. 도저히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덜 못해 날마다 산기슭을 오르내리고, 호미 하나 들고 어제는 달래, 오늘은 고들빼기, 또 내일은 냉이를 캐겠다. 아름드리 낙엽송을 얹은 지게는 어깨를 내리눌러도 마음은 마냥 푸른 창천으로 날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6.03
장미, 총에 맞다 강변도로를 질주하다. 올림픽대로- 산골촌놈이라고 해서 얌전하기만 하란 법 있나. 서울은 참 매력있는 도시다. 공해에 찌들었느니 삭막하느니 말들은 하면서도 진드기처럼 눌어붙어 사는 건 다 그만한 매력이 있어서겠지. 한강변을 차로 또는 걸어서 가 보라. 얼마나 근사한가. 오늘 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30
초여름 콧구멍으로 숨 쉬고, 허파로 호흡하고, 심장이 펌푸질을 잘 하며 두 다리가 멀쩡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손을 내밀어 다른 이의 손을 잡을 수 있고 적당히 지갑에는 지전이 몇장있어 삼겹살을 먹을만 하고, 칠십년대 치장을 한 시골 다방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올라, 덤덤미지근한 커피를 한 잔 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25
눈물 11월 18일 눈물을 흘린다. 여행하면서 난생 처음이다. 목포발 부산행 열차에 올랐다. 창밖의 풍경은 늦가을의 허허로운 벌판. 슬며시 되지도 않은 개똥철학이 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산다는 게 뭘까. 존재하는 것은. 부질없다. 까닭없이 모든 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가슴을 비집는다. 장자를 생각한다. 삶..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24
선수 아침 느지막이 구천동 게곡을 오른다. 백련사에 도착하여 법당에 삼배합장하고 하도 볕이 좋아 층계에 앉아 한참을 해바라기하다 하산하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등산복 차림의 여자 하나. 그때부터 자꾸만 신경이 뒤꼭지에만 간다. 멀어지지도 않고 가까워지지도 않는, 꼭 그 거리인 채 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24
멀어지기 "만약 나 죽으면 너 울어 줄거니?" 여행을 떠나면서 내가 그렇게 물었을 때 전화선 너머 그는 잠시 침묵했다. 당혹스러웠으리라.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우리가 무슨 연인이기라도 한 건가. 어떻게 답해야 할지 오만가지 생각이 무수히 드나드는 게 전화선을 통해서 내게 전달된다. 이윽고..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24
외과병동 오전에 편지를 받다. 강릉의 한 병원. 입원한지 겨우 나흘 째인데 벌써 발빠르게 병원으로 편지를 띄워주는 친구가 하나 있다. 속도화 디지털화만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 이 친구는 굳이 구식 종이편지를 고집한다. 나 사는 산골로 그의 편지는 무시로 올라오곤 하는데 내 장기도보 중에는 보낼 주소가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22
길은 나서야겠는데 눈은 점점 내려 쌓이고 <부산광역시> 그 밑에 <금정구>라 씌어진 이정표 그날, 가장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던 그 여름 그날, 저 이정표가 보이는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무엇을 보려 무엇을 얻으려 그토록 천신만고 길을 걸어왔는지 나도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저 이정표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기성을 지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