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옷가게에서 일행인듯 한 여자손님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데,
한 물건을 놓고 다투었다.
400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은 옷을 놓고 디자인과 색감이 세련됐다느니 재질이 고급스럽다느니 침을 튀기며 극찬하며 서로 사겠다고 우기다가,
그때 종업원이 와서는 가격표가 잘못 붙었다며 새로 붙이고 갔다.
새 가격표는 400만원이 아니라 0 하나가 떨어져 나간 40만원이었다.
그러자 세 아줌씨들 표정이 벌레 씹은듯 변하더니 그제는 서로 안 사겠다고 미루고는 몰려나갔다.
우린 이런 류의 사람들을 일러 '속물'이라고 한다.
스노비즘(snobism)이라 칭하는 속물근성은 사람 사는 세상엔 도처에 있기 마련인데 특히 아무 때나 돈자랑을 해대는 사람들은 참말 밥맛이다.
전문적인 용어로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가격이 오르면 소비심리도 위축돼서 판매량이 뚝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저런 속물들 때문에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가령 다이아몬드 같은 초고가의 물건은 가격이 오르면 돈 많은 아줌씨들의 허영심을 부채질해 오히려 더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유층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모면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그것을 사는 이중효과까지 본다는 것이다.
문득 현세태의 사교육비 문제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