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엄마 생각

설리숲 2005. 11. 4. 23:13

 가을도 이만큼이나 깊었다.

 늦은 밤, 을씨년스런 야기에 몸을 떨며 마당에 나가 서서 오줌을 눈다. 문득 올려다 본 밤하늘에 별이 참 숱하게도 많다. 내 어릴 적 산골 밤하늘에도 저리 은가루를 뿌린 듯 별들이 총총했더랬지.

 

 마실 갔다가 쓰러져 잠든 여섯 살짜리 막둥이가 문득 눈을 떴을 땐 엄마 등이었다. 누비 포대기에 싸인 채 집으로 돌아오는 어둔 길. 엄마 등은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했던가. 엄마 냄새가 좋아 등에다 코를 묻고 킁킁거리다가 올려다 본 하늘에 가득 차 있던 별들. 그런 시간이 참 행복했었다.

 이렇게 캄캄한 밤길에도 엄마가 있어 좋고, 저 하늘 수많은 별들로부터 오로지 우리 두 사람에게 쏟아지는 별살이 그 얼마나 아늑하고 신비롭던지.

난 왜 엄마가 좋을까.

 

 가을이 깊어지면 사람도 본능적으로 침잠하나 보다.

 이유도 모르게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부쩍 흰머리가 늘었다.

 엄마는 이제 없다.

 

 어린 날 엄마 등에서 올려다본 하늘에 그리 많던 별은 지금도 저리 숱하게 많은데, 코 비비며 냄새 맡고 싶은 엄마는 이제 없는 것이다.

 심술꾸러기 코흘리개 당신의 막둥이는 흰머리가 이만큼 늘어가요.

 

 계절이 바뀔 때, 특히 늦가을 밤 서리가 내리고 뒤꼍 밤나무 잎이 스산하게 떨어지는 이맘때면 자꾸만자꾸만 어머니가 그립다.

 

 

         

                        신영옥 : 가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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