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내가 좋아하는 세가지 촉감

설리숲 2005. 9. 22. 22:46

 

 그 하나,

 이발소 의자에 누워 면도할 때.

 잘 갈린 면도칼이 싹싹 턱 밑을 쓸고 지나가는 촉감은 아주 환상적이다.

 

 그 둘,

 여자를 포옹할 때 가슴에 닿는 물컹한 촉감.

 남자에게는 부족한 2%의 무엇. 그래서 이성에게 끌리는 거겠지.

 

 그 셋,

 선잠인 채 눈을 떴을 때 포근히 감기는 이불의 보드라운 촉감.

 그 이불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자고 싶어.

 

 

 

 이발소 안 가고 미장원만 다닌지 20년이 넘었으니... 앞으로도 쭈욱 그럴 거니까 첫 번째 기쁨은 포기하고 산다.

 

 결혼 안하는 나 두 번째 기쁨도 포기해야 하나 보다. 글쎄 모르지. 멋진 여자와 근사한 연애라도 하면 몰라두ㅡ..ㅡ  마흔이 넘어 중년으로 가는 몸이라 가능할지는----

 

 그래도 세 번째 기쁨은 누릴 수 있어 그거 하나만이라도 나는 행복하다.

 게을러서 이불빨기를 제대로 못해 그렇지.

 

 

 

'서늘한 숲 > 햇빛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학한 사람  (0) 2005.10.27
그래 존나게 뛰는 거다  (0) 2005.10.15
새벽길  (0) 2005.09.18
폭풍 후에  (0) 2005.09.07
난 아냐  (0) 200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