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두막집에 일단의 낯선 이들이 찾아 왔다. 영화촬영팀이란다. 무슨 영화인지는 모르나 감독과 스태프들이 장소를 헌팅하러 이 외진 골짜구니를 올라온 것이다. 머지않아 이곳 스무골에서 영화촬영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오지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일단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긴 하지만 어쩐지 반갑지는 않다.
한적하고 고요한 이 스무골이 영화의 흥행에 따라 사람들로 벅적일 게 불문가지다. 동막골로 유명해진 평창 율치리가 그렇지 않은가. 그곳 주민들이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좋다고는 하지만, 글쎄다.
예전에 깊은 산골에서 소박하고 아름답게 살던 영자라는 소녀는 문명세계에서 온 TV카메라에 의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는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영화 <집으로>의 할머니 또한 호기심 많은 이방인들의 개념 없는 관심으로 인해 영동 지통마의 그 정든 오두막을 떠나 어느 낯선 곳으로 떠나갔다.
서부개척시절, 백인들이 무자비하게 인디언들을 축출해 몰아내더니.
그런 상황은 머나먼 아메리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제발 그냥 좀 놔뒀으면 좋겠다.
도시인들의 단순한 호기심은 어떤 사람들에겐 삶의 리듬을 깨버리는 위협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아니다. 영자의 경우처럼 삶의 전부를 파괴하는 무서운 침입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동막골의 아름다움은 그냥 화면에서만 즐겼으면 좋겠다.
내년이나 또는 가까운 어느날 어쩌면 이곳 스무골에도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모르겠다. 내 맘성으로는 그 영화가 제발 흥행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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