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경전선 남평 역

설리숲 2007. 6. 21. 17:46

 

 초여름의 푸른 풍경,

 주위를 둘러봐도 이렇다 할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좁은 국도변에 농가와 함께 밭들이 펼쳐져 있다. 밭들 저 뒤쪽으론 산이 주욱 둘러서 있다. 전라도 땅이라 산은 다들 나지막하다.

 남평 역은 그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 시각으로 보면 이런 곳에 기차역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기차는 하루에 다섯 번 와서 선다. 목포행 열차가 두 번, 부전행 열차는 세 번.

 

 

 

 

 경전선(慶全線)은 우리나라 최남단의 철도노선으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다는 데서 이름하였다. 오래된 역사에 비해 개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승객도 차츰 줄어 교통으로서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니 궁벽한 시골 역은 당연 쇠락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남평 역도 그 중의 하나로 실은 남평은 엄청 큰 읍이다. 그런데도 역이 쇠락한 것은 읍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일 것이다. 남평은 나주시에 속한 읍으로 나주와 광주 생활권이다. 나주와 광주에서 시내버스가 수시로 드나든다. 말하자면 교통편이 아주 좋은 읍이다.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기차역을 이용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 쇠락할 밖에.

 남평 역은 그래서 한적한 시골 경치에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런 곳에 기차역이 있을까 하는...

 

 

      남평읍 전경

 

 그래도 하루에 다섯 번이나 기차가 정거하니 완전 몰락은 아닌 셈이다. 가끔은 나 같은 여행자들이 호기심에 이 간이역을 찾기도 하니 교통으로서보다는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없진 않다.


 남평 역사는 1956년에 지어진 건물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건축적 철도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어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후엔 철도박물관이 될 예정이다.

 

 

 

 

 

 

 

  남평 역은 조경이 잘 돼 있다. 역 광장도 그렇고 플랫폼으로 나가는 통로도 근사하고 아름답다.

 역 주위는 온통 푸르름이다

 

      

대합실이다. 무슨 응접실 같다. 책도 있고 최고급 평면TV도 있어 하루종일 저 소파에 앉아 놀아도 좋을 것 같다.

 

단 모기한테 관대해져야 한다. 주위가 온통 숲이라 모기가 많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나 역시 헌혈을 많이 했다.

 

            철길

                              


       언제 보아도 정겨운

       기차가 오고 가는 길


       마을 뒷산 언덕에 올라

       들 가운데로 난 철길을 바라보며

       내 어린 시절 마음 한가운데


       꽃을 심어주고 멀리 떠난

       동네 머슴애 철이를 생각하던 길.


       아! 아름다운 안녕의

       정 주고 떠나가고

       정 주고 보내야 하는

       숱한 얼굴, 얼굴들이

       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길.


       사랑한 죄밖에 없는

       안나 카레리나도 보이는 길.


       어머니 잃고 서울로 식모살이 간

       지금은 아기엄마 된 순이

      가난 속 마을 친구 이름도 떠오르는 길.

                                                             

                                            - 강혜련 - 

 

 

 

 

     


 기차가 떠나가고 난 레일 위로 어둠이 내린다.

 방금 떠난 기적소리의 여운은 남아 여행자는 가슴 설레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한적한 시골마을은 더욱더 밤의 고적 속으로 들어간다.

 은은히 비치는 조명 아래 빨간 장미는 색이 더욱 붉어졌다.

 

 

 남평역(南平譯)

 백제-미동부리현(未冬夫理懸)

 신라-현웅(玄雄)으로 무주(지금의 광주) 영현이 되었으며 후에 오산현(烏山懸)으로 불리었다.

 고려-남평현으로 나주목에 속하였고 명종 2년(1172년)에 지방관인 감무(監務)가 부임하였으며 공양왕 2년(1391년)에는 화순 감무를 경하였다.

 조선-태조 3년(1395년) 지방관이 감무에서 현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고종 32년(1895년)남평군이 되었다가 다시 1914년 행정구역 조정에 의해 나주군에 속하게 되었다.

 삼랑진 기점 284.6km에 위치하고 있는 남평역은 1928년 3월 1일 광주-여수간 철도부설이 착공되어 1930년 12월 2일 완공되고 12월 25일 영업을 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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