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일산 역 서울이 국토의 북쪽에 있어서 기차여행은 거개가 다 남행이다. 북행 노선은 단 둘뿐이다. 경의선과 경원선. 모두 해방 전 부설된 철도다. 그래서 그런가. 그 시절의 시설에서 리모델링된 것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단지 역사가 새로 지어진 게 고작이다. 하긴 북쪽으로 가는 여행객 수가 없으니까. 경의..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6.21
밤느정이 필 무렵 목하 누리는 온통 밤꽃이다. 그 향기에 정신이 몽롱해지겠다.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보면 인기검색어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지돼 있다. 그러다 뜬금없는 낱말이 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 전에 ‘구쁘다’가 4위에 올랐다. 순우리말로 ‘뱃속이 허전해서 자꾸 먹고 싶다’라고 사전에 나와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6.20
산청 반천리 저 나무 아래에 그가 앉아 있었다. 먼발치서 바라본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하루 한번 들어오는 군내버스를 타고 충청도 서해안 어디로 그가 떠나갔다. 서늘한 숲/마을이 있는 풍경 2008.06.16
아멘~~ 나야 머 종교가 없으니 어느 종교든 호오(好惡)에서 자유롭다고 하겠다. 근데 개신교 사람들의 극성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전도도 좋고 복음전파도 좋은데 도가 지나치면 역효과를 부른다는 건 상식인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조차도 망각하는 걸 보면 맹신의 폐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겠..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6.15
쉽지만 어려운 것 요즘 엄마들은 참 예쁘고 세련됐다. 옆에 아이만 없으면 아가씨라 해도 좋을만큼...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다들 많이 배우고 자식에 대한 사랑도 무조건적이 아닌 냉철한 이성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우리 엄마 마흔 하나에 나를 낳으셨다.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때 다른 엄마들은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6.14
경춘선 화랑대 역 기차를 처음 타 본 게 중학2년 때다. 춘천에 10년 가까이 살고 있었으니 그리 시골뜨기도 아니고, 경춘선 열차는 무시로 드나들어 학교 교실에서 이따금 남춘천 역으로 가는 기차를 창너머로 보기도 했건만 아무튼 직접 탈 기회는 없었다. 듣기로 기차는 버스와 달라서 흔들림이 없이 편안하다 했고 그 ..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6.06
포도밭 그 사나이 마을에 과부가 하나 들어왔다. 미모가 일색이라 사내 치고 군침 아니 흘리는 자가 없었다. 박 선비도 그 중 하나여서 제 처도 자태 곱기로는 짜하건만 새로 온 과부가 몹시도 탐이 났다. 여러 날을 두고 머리를 쥐어짜고는 드뎌 작업에 들어갔다. 과부는 절세가인이지만 가세가 궁핍한 처지였다. 박 선..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6.06
가은선을 따라서 이름이 예쁜 가은(加恩). 원래는 점촌과 가은읍을 잇는 22.4km의 버젓한 철도였지만 문경선이 개통되면서 점촌역과 진남역 구간의 노선은 문경선으로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9.5km 남은 가은선도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시난고난하다 이제는 덧없이 폐선되어 버렸다. 풀숲에 덮여 버린 녹슨 레일을 따라 도..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