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누리는 온통 밤꽃이다.
그 향기에 정신이 몽롱해지겠다.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보면 인기검색어 순위가 실시간으로 공지돼 있다.
그러다 뜬금없는 낱말이 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 전에 ‘구쁘다’가 4위에 올랐다.
순우리말로 ‘뱃속이 허전해서 자꾸 먹고 싶다’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이렇듯 생뚱하게 우리말이 순위에 오르는 때가 정해져 있다. 월요일 저녁 KBS '우리말겨루기‘가 방송되는 중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전엔 ’상상플러스‘ 때도 그랬었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들이 있다는 반증이이서 몹시 반갑다.
사라져 가는, 또는 이미 사장된 우리말이 많아지는 게 안타깝다.
요즘 온 천지에 밤꽃이 피고 있다.
느정이
‘밤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순우리말로 ‘느정이’라 한다.
얼마나 고운 낱말인가.
처음 이 말을 알았을 때 그 기분이 얼마나 황홀하던지.
농경사회였으므로 우리말은 주로 농촌에 기초를 둔 말이 대부분이다.
‘엊그제 콩노굿이 일더니 어느새 자마구가 피었다’
노굿은 콩이나 팥의 꽃이고, 자마구는 그 꽃가루를 말한다. 꼬투리는 콩팥의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이고, 열매를 털어내고 남은 껍질은 또 콩깍지라 한다.
한 대상물에서도 이토록 다양한 우리말이 있는데 이런 낱말들을 쓰는 사람은 이제 하나도 없다. 사장되어 가는 것이다.
아버지와 딸이 모처럼 다정하게 산책을 나갔다.
동네에 느정이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눈을 지긋이 감고 그 향기를 음미하던 딸이 중얼거렸다.
“아, 이 냄새... 알 것 같아요.”
아버지는 가슴이 덜컥했다. 느정이냄새는 바로 사내의 정액냄새였으므로 참하고 정숙하기로 믿었던 딸내미가 그 냄새를 안다니 벼락같이 화를 냈다.
“이 녀석이 무신 소리를 하누. 내 너를 그렇게 안 키웠는데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 다 있어!”
그러자 딸은,
“그게 아니구 아빠.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빠꼬추가 들어와서 놀다가고 나면 꼭 이 상한 냄새가 나곤 했는데 지금 밤꽃냄새를 맡으니까 그때 생각이 났던 거야”
느정이가 피는 이맘때면 아낙네들 바람나기 쉽다고 하네.
아줌마들은 말고 처녀들이여 맘껏 바람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