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그 붉은 유혹 봄만 되면 엄마는 그랬다. 산에 가지 마라. 누이들은 꼬맹이 사내동생을 떼어놓고 다니고 싶었고 나는 기를 쓰고 쫓아다니려 했다. 봄이면 앞산과 뒷산에 덜퍽진 진달래... 세상은 온통 꽃천지였다. 산에 가지 마라. 어른들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아이들은 또 기를 쓰고 진달래 꽃무덤 속.. 서늘한 숲/유년의 대뜰 2007.03.23
아까운 천재들 박수칠 때 떠나라? 대체로 수긍한다. 요절한 가수 유재하... 흔히 그를 천재가수라고 일컫는다. 그가 요절했기 때문에 보내는 찬사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좀 과장된 평가라는 생각. 첫 음반이 나오고 미처 뜨기도 전에 고인이 되었으니 참 아깝고 애석한 일이다. 그래서 꽃을 피우지 못..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7.03.13
마음은 집시 2박 3일의 수학여행. 첫날의 들뜬 분위기와 혈기들도 둘째 날이 되자 그것도 다들 시들해졌는지, 피곤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놈에, 담임 눈을 피해 맨 뒷자리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놈에, 지성인답게 책을 들여다보는 놈에, 그것도 아니면 무심히 창밖에 시선을 주고 있는 놈에... 아침부터 ..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7.02.21
천년송의 비밀 오이나 호박 따위 덩굴작물들을 키울 때 맨 처음 열리는 꽃다지를 따 주면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식물이 오로지 자손번식의 일념으로 열매를 많이 맺는 것이다. 종족 번식의 본능은 사람도 역시 강하다. 교수형을 당한 사람은 성기가 팽팽하게 발기해 있다고 한다. .. 서늘한 숲/숲에서 2007.02.11
지하철 청정한 곳을 찾아나서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집을 떠나 낯선 하늘 아래 낯선 바람을 맞는 건 어디나 다 설레고 고독하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있다. 난 이 지하철이 참 좋다. 시간만 무한히 주어진다면 하루종일, 아니 여러 날을 지하철만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21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친구가 죽었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나랑은 별로 친하지 않은 그 아이가, 그래서 왜 죽었는지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자살이었다. 자취방 안에 연탄을 들여놓고 가스를 마셨다. 하얗게 서리가 내리던 늦가을이었다. 을씨년스럽게 방문을 열면 보도블록 깔린 마당에 싸늘하게 덮여.. 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2006.11.18
엽서 인도로 떠난 친구가 엽서를 보내왔다. 늘 떠남에 갈급해 하는 내게 그녀의 글월은 신기루였다. 세상은 무한히 넓은데... 나의 발과 열정은 더없이 푸르른데... 벌써 한 해 전의 일이지만 난 아직도 네팔의 눈덮인 고봉준령을 꿈꾸고 있어. 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200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