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아까운 천재들

설리숲 2007. 3. 13. 23:14

 

 박수칠 때 떠나라?

 대체로 수긍한다.


 요절한 가수 유재하...

 흔히 그를 천재가수라고 일컫는다. 그가 요절했기 때문에 보내는 찬사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좀 과장된 평가라는 생각. 첫 음반이 나오고 미처 뜨기도 전에 고인이 되었으니 참 아깝고 애석한 일이다. 그래서 꽃을 피우지 못한 천재성이 더 부각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아직도 생존해 있다면 그저그런 평범한 가수로 있거나, 아님 진즉 가수의 길에서 벗어난 보통시민으로 있을지도 모를 일.

 만약이라는 가정이 우습지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김민우를 생각한다.

 ‘사랑일 뿐야’로 전국을 강타하며 한 시대를 풍미하는듯 하더니 곧 입영영장을 받고는 이어 ‘입영열차 안에서’가 또다시 대히트...

 그리고 입대,

 그걸로 끝이었다.


 또 만약이라고 가정해 본다.

 만약, 군입대가 아니라 어떤 사고로 인해 요절했다면...

 아마 유재하에게 보내는 평가보다도 더 엄청나게 천재성을 부여했을 것이다. 당시 김민우는 그만한 인기와 명성을 구가했었으니까.

 한데 군입대로 그의 인생은 그저 그런 평범한 소시민으로 주저앉았다.


 가끔 TV에 나와 그 시절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를 보노라면 참 애석하고도 허망한 느낌이다. 한바탕 꿈을 꾸고 난 것 같은 공허감. 아마 그도 그런 기분일지 몰라.

 그 시절 나도 연애라는 걸 할 때, 그녀의 집 앞에서 밤을 샌 기억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 그때 그 골목길 어귀 외등에는 진저리나도록 날벌레들이 달려들더니만.


 그렇듯 사랑도 명성도 다 허허롭고 덧없는 것이라.

 

 

 

    주연 작사 하광훈 작곡 김민우 노래 : 사랑일뿐야

 


    언젠가 그대 집앞을 비추던 골목길 외등 바라보며

    길었던 나의 외로움의 끝을 비로소 느꼈던 거야

    그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별을 했는지 몰라

    그대는 나의 온몸으로 부딪쳐 느끼는 사랑일 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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