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만 되면 엄마는 그랬다.
산에 가지 마라.
누이들은 꼬맹이 사내동생을 떼어놓고 다니고 싶었고 나는 기를 쓰고 쫓아다니려 했다.
봄이면 앞산과 뒷산에 덜퍽진 진달래...
세상은 온통 꽃천지였다.
산에 가지 마라.
어른들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아이들은 또 기를 쓰고 진달래 꽃무덤 속으로 달려들었다.
산에 가면 문둥이가 나온다고.
진달래 꽃더미 뒤에 숨었다가 아이가 꽃 꺾으러 오면 우왕~ 하며 달려든다고,
그리고 아이의 간을 파먹는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진달래 꽃 속으로 달려들었다.
도깨비보다 무섭다는 문둥이.
상상하면 오줌을 지릴 만큼...
그렇지만 저 이쁜 꽃들을 어쩌랴.
누이들은 한사코 사내동생을 떼어놓고 싶어 했다.
진달래는 어린 꼬마를 유혹했다.
어느 등성이에서 두견이는 온종일 울어댔다.
쿵쿵 가슴을 누르며 아이가 진달래 흐드러진 산기슭을 오른다.
눈을 뜨니 밤이다.
엄마가 보이고 형도 있고 누이들도 있다.
문둥이가 내 간을 빼먹었다.
가슴을 부여잡고 아이는 으앙 울음을 터트린다.
이제 엄마 말 잘 들을 거야.
다신 산에 안 가.
진달래에 홀려 혼자 산에 갔다가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 푸석, 하는 기척에 놀라 그대로 정신을 잃었었다. 내 간이 이적지 붙어 있으니 분명 문둥이는 아니었을 테고....
아마 노루나 토끼 따위의 짐승이었겠지.
아직은 밤바람이 쌀쌀한 철에 그래도 봄은 왔다고 분홍빛 진달래가 핀다.
한데 무슨 조화인지 꼭 펴도 까마득한 벼랑 따위 아이들이 꺾지 못할 곳에 피었다. 그런 진달래는 또 유난히도 색깔 곱고 예뻤다.
나뭇짐을 잠뿍 지고 온 형의 지게에 화사하게 꽃혀 있던 진달래 다발.
우중충한 집안이 일시 환하게 봄을 맞아들이곤 했다. 비로소 기나긴 겨울을 털어내고 사람들의 얼굴에 분홍빛 꽃물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