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햇빛 속으로 884

그냥 웃고 말지요

뒤늦게 찾아가자니 영 귀찮고 꺼림칙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뙤약볕에서 한 양동이나 되게 땀을 쏟아 버리고 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아마 팔과 다리의 관절도 수명이 훨 짧아졌을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면 반드시 품삯은 받긴 받아야 했다. 좀 돼먹지 못한 영감이다. 제가 언제부터 돈 좀 만져 봤다고 거들먹대는 품이 꼴불견이더니 제꺽제꺽 품삯을 안 주고는 나중에 한꺼번에 주겠다고 미루곤 했다. 그 누적된 금액이 사십칠만 원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농사라고 전에 그 말이 백번 맞는다고 할 수 있었으나 근래에 와서는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뭐든지 돈이면 만사형통이다. 사람 사서 트랙터 치고 이랑을 만들고, 배추 모종도 사다가 또 사람을 사서 이랑에다 심고 여름내내 약 치고 비료 뿌리는 것도 다 사람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