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프랑스 루이 14세는 그 성정이 사치를 좋아하고 방탕했다. 밤마다 귀족들을 초대해서 화려한 파티를 벌이고 사교를 즐겼다. 광란의 파티가 끝나고 나면 궁정 종사자들은 정원의 오줌이나 똥을 치워야 했다.
문명과 과학이 앞서 있다고 자화자찬하던 유럽. 그러나 지금의 개념처럼 쓰이는 화장실이란 게 없었다. 그저 아무 데나 적당한 곳만 있으면 엉덩이를 까고 볼 일을 봤다. 그래서 유럽 대부분의 도시들은 늘 배설물 냄새로 가득 차 있어 기실 사람들은 그 역한 냄새에 면역된 채 그런대로 불편 없이 살았을 정도다. 우리가 선망하는 낭만적이고 세련된 유럽의 도시들은 과거에 대개 이러했다. 그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던 베르사유 궁전도 정원은 왕족과 귀족들이 싸질러 댄 오줌똥으로 더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냄새를 최소화하고자 오렌지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지금은 유럽의 낭만으로 이미지가 전이된 상태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저들에게 가난하고 무지한 동방의 후진 나라로 비쳐졌을지는 모르나 우리는 그 이전 아주 오래전부터 변소라는 문화적인 건물을 갖추고 살았다. 아무리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빈한한 집이라도 변소는 반드시 구비했으니 똥구멍을 찢어도 그 안에서 찢었다. 저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의 밤 귀족들이 정원 여기저기에 엉덩이를 까고 앉아 싸지르고 있을 때 우리는 뒷간에 우아하게 앉아 고상한 표정으로 배설을 즐겼던 것이다. 프랑스 여인들의 당시 드레스 치마가 필요 이상으로 넓게 퍼진 것도 다 이런 연유가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똥오줌을 싸지 말라는 내용의 팻말을 정원에 붙였는데 이것이 ‘에티켓(étiquette)’이다. 그랬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자 루이 14세가 좀 예의를 차려가면서 적당히 하자고 권유했는데 ‘에티켓’이 지금의 의미로 전해진 연유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라 하지만 이곳 또한 변소는 근래에 생긴 문명이지 그전에는 역시 냄새가 진동하는 보편적인 유럽 국가였다. 사람들은 집안에서 우리의 요강에 해당하는 용기에다 변을 보고 이것을 그냥 창밖으로 버렸다. 그러니 길거리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겠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하이힐이다. 또한 창문으로 떨어져 내리는 그것들을 막기 위해 우산과 모자를 썼고 코트와 망토를 입었다.
런던의 건물들은 보통 발코니를 댄 이층집이었고 배설물은 그 이층에서 쏟아져 내리곤 했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를 에스코트해 동행할 때는 자신이 차도 쪽에 서고 여자는 건물 쪽으로 걷게 했다. 발코니 밑으로는 그나마 안전할 테니 여자를 그리로 걷게 한 것이다. 말과 차의 위험으로부터 여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닌 것이다.
자 어떤가.
우리가 선망해 마지않는 유럽의 실체가 이렇다. 향기로운 오렌지나무, 에티켓부터 영국 신사숙녀의 패션의 상징이 된 우산 모자 하이힐 코트까지 그 연원은 더럽고 냄새나는 당시 사회상의 부산물인 것이다.
이래도 그들은 문명국가요 우리는 뒤쳐진 후진국이라 자괴할까. 여전히 저들의 패션을 동경하고 선망하고 싶은가. 침대의 기원까지 더해서 사실 우리의 생활은 얼마나 우아하고 세련된 문화인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근사한 변소에 앉아 낭만과 사색을 즐겨 온 고상한 민족이 아니던가.
사람들에게 문화대국이요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이라 자칭하는 프랑스는 예전에 우리 강화도에 총칼 들고 나타나서는 외규장각 보물들을 약탈해 갔다. 그것들을 또 최고라 자랑하는 루브르 박물관에 가져다 놓고는 문화와 예술의 나라라고 민망하게 자랑을 해대는 것이다. 그 혐오스런 얼굴과 폭력의 총칼을 숨기고 말이다.
이제 그 외규장각 의궤들이 반환되고 있다. 엄밀히 반환이 아니고 대여라고 한다. 세상에! 폭력으로 빼앗아 놓고 그게 제 것이라고 대여라니.
내가 옆집에 가서 비싼 벽걸이TV를 빼앗아 왔더니 그 집 주인이 '웃어라 동해야'를 보고 싶으니 제발 돌려달라고 사정사정 애원을 한다. 난 내 물건 주기 싫어서 그럼 웃어라 동해야 할 때만 잠깐 빌려 주겠다고 큰맘 먹고 선심을 썼다.
이런 나라가 예술은 무슨 얼어죽을 예술.
정말이지 ‘에티켓’이 눈곱만큼도 없는 놈들이다.
똥 같은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