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기독교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때면 되면 그리도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정작 기독교를 신봉하는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점차 그 축제성이 퇴색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성탄절이 아닌 ‘홀리데이(holiday)'라고 말한다. 이 날이 예수가 탄생하지 않았다는 애매모호한 학설도 있고 하니. 유독 그 유래조차도 모르는 한국인들이 요란스럽게 난리들이다. 뭐 굳이 비판하거나 자책할 것까지야 없다. 종교 자체가 다른 불교에서조차 이 날이 되면 특별히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고 있으니 말이다. 온 국민의 축제로서 다 같이 즐길 수만 있다면 긍정적이기도 하다. 온 계층과 연령층이 다 같이 즐길 수만 있다면 말이다.
불교방송에서도 이 날은 어김없이 캐럴을 방송해 준다. 처음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젠 자연스럽다. 이때쯤 여행을 하다 보면 사찰 입구에는 이처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플랜카드가 내걸리곤 한다. 이것도 이제는 자연스런 풍경이다. 조계사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해 놓곤 스님들이 들떠 있더라고.
하지만 개신교 쪽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 쪽은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은커녕 모조리 사탄으로 치부한다. 오로지 내 하나님이 신이요 아버지다. 내 교회 사람들만이 내 형제요 자매다.
절에 가 보면 가끔 수녀들이 오락가락 경내를 구경 다니는 것을 보곤 한다. 타종교지만 거부감 없이 끌어안는 그 포용성이 아름답다. 개신교는 그러지 못한다. 그들은 절 근처에만 가는 것도 금기시 한다. 그 안에 들어가 구경하는 건 상상조차도 하지 않는다 .(아니, 가끔은 그들도 절에 갈 때도 있다. 얼마 전 봉은사에 몰려갔던 것처럼 물리적인 의사표시를 할 때가 그렇다)
종교다원주의시대라 하는데 제발 좀 시야를 넓혀 넓은 곳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수녀의 길을 가려던 내 친구는 대학시절 개인기도실에서 백팔배를 하면서 간절한 기원을 했다 하고, 또 어떤 목회자는 신학대학을 가려고 어느 절에서 성경을 공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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