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남녘에도 살을 에는 한파가 몰아치곤 한다. 새벽부터 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화원 장날.
사위는 아직 어둠에 묻혀 있는데 하나둘 모여드는 장꾼들. 장꾼들이라야 인근 나이 지긋한 노친네들. 눈보라에 옷깃이 흐트러지고 노친네들 눈엔 눈물이 충충 괴어 흘러내린다. 삶이 팍팍하다. 이곳 말로 사는 게 폭폭하기만 하다.
턱이 얼어붙는 추위에도 좌판을 벌여야 하는 사람들. 장 풍경은 정겹고 포근하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삶은 척박하다. 그것이 현실이다. 누구는 정겨운 옛 정취가 사라진다고 불만 내지 푸념을 하지만 어쩌다 한번 지나가는 나그네를 보기 좋으라고 현지인들이 옛 그림자에 묻혀 살기를 바라면 안된다.
내가 잘 가는 단골 호떡집이 있다. 오늘은 날이 추워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할머니 한 분이 포장을 열고 들어오셔서는 100원을 내며 오뎅국물만 조금 달라 하신다. 버스를 기다리기가 고생시럽다고 눈가의 물기를 마른 손으로 훔쳐내신다. 호떡집 주인여자가 어묵을 그냥 드릴 테니 100원은 집어넣으시라고 해도 할머니는 굳이 거절하신다. 마음이 짠하다. 뭐라도 드시고 싶지만 돈을 쓰기가 빡빡함을 우리는 안다. 내가 뭣좀 사 드려도 좋지만 이 노인네 성향으로 보아 그것도 마다하실 것을 안다.
주인여자가 종이컵에 오뎅국물을 떠 드리려 하는데 그때 버스가 와 선다. 할머니 부리나케 뛰어나가신다. 100원짜리 동전이 그대로 탁자에 놓여 있다. 눈물이 난다. 저 금쪽 같은 100원......
100원이 이토록 눈물나게 귀한 것임을 언제 느껴 보았던가.
삶이 참 폭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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