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이름도 모른다. 그저 사람들 많은 곳에서 기타와 더불어 노래한다. 한국의 시골장터라 그렇지 파리의 어느 거리였다면 근사하게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도 되겠다.
시골은 이러한 무명이나 하다못해 순전히 취미로 불러대는 사람의 공연 하나 만날 기회가 없다. 시 이하의 군 지역 중 영화관을 갖춘 곳이 거의 없다. 홍천이나 거창 등 읍중에서도 제법 인구가 있는 지방은 그래도 옛날 동시상영하던 시절의 영화관 수준이지만 번듯하게 간판은 달고 있긴 하다. 결국 도시와 농촌의 문화적 격차는 양극화 되는 게 당연하다.
실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음악은 현장에서 직접 들어야 한다. 아무리 수준 높은 연주실력이라도 그걸 녹음해서 들어 보면 영 아닌 것이다. 남미 잉카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거리공연을 우연히 방청하게 되었다. 그 아름다운 멜로디와 께나 등 이국적인 악기들의 고혹적인 음색이 참말 좋았다. 한 편에선 그 음반들을 팔고 있었는데 그들의 아름다운 연주와 노래의 감동을 영원히 붙들고 싶어 - 그 이유만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연주자에게 감상의 값을 치러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 한 장을 사서는 집에 와서 들었더니 현장에서 들을 때와 비교해 당최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오카리나를 즐기고 가끔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할 때는 제법 소리도 좋아 제흥에 겨워 뿌듯해도 누군가 녹음을 하거나 동영상을 찍은 걸 들으면 그 얼마나 민망하고 쪽팔리는지.
어쨌든 기타가 들려주는 포크송들은 아주 감미롭고 즐거운 공연이었다. 중간에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들고 공연값을 치르려 했는데 넣는 통이 아무 것도 없다. 미안하지만 이번엔 그냥 무료로 들은 셈 친다.
어느 장르든 예술은 아름답고 그것을 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위대한 동경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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