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분명히 가을인데 무척이나 더웠다.
안날부터 감기 기운이 돌더니 이 날 아침엔 맑은 콧물이 흐르기 시작.
시절이 시절인지라 혹시 코로나가 아닌가도 했지만 증상으로 보아 그건 아니다.
게다가 회사사람 말고는 누구랑 접촉한 적이 없으니 코로나 바이러스를 들이마셨을 가능성이 적다.
<금빛수로>라는 이름의, 원래는 '김포대수로'였던 물길을 걷다.
그닥 길지 않은 거리를 걷는데 뜨거운 햇볕에 숨은 턱턱 막히고 감기가 더해 몹시 불편하다. 땀도 흐르고 몸 상태도 찌뿌드드한 게 영 좋지 않다.
콧물은 쉴 새 없이 흐르고 잠깐잠깐 쉬기를 반복한다.
이 금빛수로는 원래는 농사용 하천으로 비가 안 오면 물이 없는 건천이었던 것을,
김포시가 ‘한국의 베니스’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젝트다. 팔당댐에서 물을 끌어와 흐르게 한 인공수로다. 길이는 약 2.6km로 왕복 5.3km.
한강중앙공원이 메인이고 그 주위로 라베니체를 필두로 각종 카페와 상가들이 자리잡고 있다.
김포(金浦)라는 도시명을 근간으로 하여 브랜드를 금(Gold)으로 정했다. 이 지역을 지나는 경전철은 김포골드선이다. 물이 금빛은 아니지만 ‘금빛수로’라 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이 자칭 '한국의 베니스'는 얼핏 보면 그럴싸하지만 뭔가 허술하고 또 허전한 감이 있다.
낮보단 밤이 휘황찬란하다고 하는데 밤엔 안 가봐서 모르겠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봤던 눈으로는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친다.
특히 보기 흉한게 이 철제 난간이다.
시민안전을 위해서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이 구조물로 경관이 망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서울의 한강은 더 깊고 사람도 많지만 이렇게 난간을 만들지 않았다.
설사 설치하더라도 좀더 세련되고 조화롭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기획할 때 내가 참석했다면 좋은 팁을 주어 좀더 세련된 금빛수로가 됐을 텐데...
하긴 나 따위가 무슨. 다들 그 세계에선 전문가들인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감기가 꽤 오래 머물고 갔다.
코로나와 더불어 독감이 유행이라더니 독감이었을까.
어쨌든 매년 환절기에 한번은 앓고 지나가던 그 연례행사를 올해도 어김없이 치렀다.
뉴스자료를 보니 코로나에 확진되지 않은 사람은 예전부터 감기를 자주 앓아서 그 면역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라는데 내가 그 경우에 속하는지.
아무튼 감기로 인한 불편으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이 수로를 날이 더 선선해지면
좀더 여유롭고 한가하게 다시 걸어보리라.
박지헌 : 보고 싶은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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