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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고 박완서의 글을 좋아한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고 현학적인 표현도 없고 그저 엄마가 딸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가슴 저 깊은 곳을 울린다.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주는 위대한 작가다. 예전엔 그를 잘 알지 못했다. 나 역시 글을 쓴다. 어쭙잖은 잡문 따위도 글이라 하면 말이다. 어느 때 박완서의 작품을 대하고 나의 글이 그의 글과 흡사하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내가 잘 쓴다는 민망한 자화자찬은 아니다. 비슷한 글쓰기의 패턴이라 그 분의 글이 물 스며들 듯 촉촉이 내 가슴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말의 성찬은 없는, 평범하기만 한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지며 진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나의 롤모델이자 멘토이며 스승이기도 하다. 근래 를 읽었다. 유명세도 있지만 역시..

광양 다압 매화마을

충주역에서 광양 매화마을을 간다는 E-트레인 테마열차 안내를 보고 신청을 하니 이미 2월에 다 매진됐다고 한다. 그래도 혹 몰라 대기로 접수했더니 이틀인가 후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어둠이 짙은 새벽에 기차가 출발했다. 그간 포근하더니 새벽 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간밤에 전국에 눈비와 강풍이 몰아쳤다. 어둠이 걷히면서 차창 밖으로 설경이 지나간다. 산기슭과 개천, 산모롱이에 웅크려 앉은 시골집들이 흰눈과 함께 지나간다. 한겨울 내내 보지 못했던 설경을 봄에 다다라 보게 된다. 때늦은 겨울풍경에 와락 여수(旅愁)가 밀려든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낯선 러시아 풍경을 보고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졌다. 햇살이 퍼지자 어느새 눈은 사라지고 다시 봄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이 밀물처럼 왔다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