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숲에서

물푸레나무

설리숲 2019. 12. 26. 00:20

 

 



 가지를 꺾어 물에 담가 보면 수액이 나와 물이 푸르러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물푸레나무다.

한번도 실험해 본 적은 없다.

유년시절에 송아지가 커서 중소가 되면 코청을 뜷어 고삐를 매는 것을 보았다. 자유롭게 뛰놀던 소는 코뚜레를 장착 당함으로써 영원히 속박된 삶을 시작한다. 죽을 때까지 그는 인간의 부림을 받으며 일만 하다 일생을 마친다. 죽어서는 고기가 되어 사람의 배로 들어갔다. 배설물로 나온다.

코를 뚫을 때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히 보였다. 인간의 잔학함을 어린 눈으로 보았다.

이 코뚜레를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 불에 달구면 잘 휘어져 코뚜레 말고도 여러 모로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아주 오래 전에 TV 예능프로에 유재석이 출연했다. 그의 인지도가 거의 없던 초창기 시절이었다. 인지도를 올리기 시작하려는 때였을 것이다.

프로그램 안에서 출연 연예인들의 퀴즈 코너가 있었다. 진행자인 유재석이 문제를 읽었다.

풀무레나무로 만들었고, 운운. 정답은 야구방망이였는데,

문제는 유재석이었다. 물푸레나무를 자꾸만 풀무레나무라고 한다. 서너 번이나 되풀이 하는데 계속 풀무레나무라고 한다.


개그맨들은 무식하다더니 과연 그렇군. 학교에서도 물푸레나무를 배웠을 텐데 몰라도 저렇게 모를까.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을 때마다 풀무레라고 한 걸로 보아 작가가 써준 대본에 그렇게 되어 있었을 것이다. 우선 작가가 무식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단어를 그대로 읽어내는 유재석도 매 한가지다. 과연 개그맨들이란


세월 흐르면서 유재석은 대한민국 톱스타로 정상에 서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업신여기고 있다. 물푸레나무에 의한 일종의 고정선입견일고 할까.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 산에 아주 흔한 나무다. 가을산을 붉은 색으로 채색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은은한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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