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로 인해 오랫동안 혐오와 멸시를 받고 있는 뱀. 딱히 큰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인간은 그들을 미워한다.
또 다른 억울한 종족 중의 하나가 바로 뱁새.
녀석들이 황새를 쫓아 갈 이유도 없고 그런 적도 없다. 더구나 가랑이를 찢어먹은 적도 없다. 인간들은 멀쩡히 제 방식대로 잘 살고 있는 뱁새를 호출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버렸다. 물론 갸들은 알지도 못하겠지만.
뱁새의 학술적인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다. 뱀은 외모나 흉측해서 그렇다지만 붉은머리오목눈이 야들은 이리도 작고 앙증맞은 새인데.
참으로 수선스럽다. 한시라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홀로 다니지 않고 반드시 무리지어 있다. 여러 마리가 호도깝스럽게 재재거리며 수선을 떨 때는 아주 정신이 사납다. 난 그래서 처음에 이놈들을 사람들이 촉새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촉새는 따로 있다.
새 중에서 가장 사진을 찍기가 어려운 게 이 붉은머리오목눈이다. 카메라에 가까이 있어도 워낙 움직임이 재서 도시 초점을 맞출 수가 없다. 1초 이상 가만히 있는 적이 없다. 연속촬영 모드로 여러 장을 찍고서야 그 중 하나를 건질 수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 가장 흔하게 보는 우리 토종 새들이다.
이 작고 귀여운 새가 어쩌다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분수 모르는 존재가 되었나. 조류 중에서 가장 몸피가 작아서 선택된 듯하다.
그보다도 내가 붉은머리오목눈이에 애틋한 감정이 가는 건 그들의 타고난 숙명 때문이다.
탁란의 주인공인 뻐꾸기의 대부분의 희생자가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 한다.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탁란하는 영상들이 많은데 그걸 보면 참 섬뜩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 비정하고 냉정하지만 그것도 자연의 한 일부이므로 뻐꾸기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비극은 몹시 아프다. 숲에서 뻐꾸기가 멸종되지 않는 한 이들의 처참한 비극은 영원히 지속된다. 슬픈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