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숲/음악 이야기

열아홉이예요

설리숲 2018. 2. 18. 21:37


     별이 내리는 창가에서 턱을 고이고 앉아

     밤을 지새우며 꿈도 많을 때죠

     긴 밤의 고요함에 내일을 생각하며

     부푼 꿈속에서 소망을 빌어본다


     나의 나이 벌써 열 살에다 아홉 더한 나이

     말이 많다보니 얻는 것은 후회뿐이라오

     귀를 기울이면 얻는 것은 지혜라 했지만

     아직 배움 속에 꿈을 먹는 열아홉이에요


     이제 세월이 가고 사랑을 느낄 때면

     우리 언니처럼 얌전해지겠지

     이제 세월이 가고 어른이 된 후에는

     열아홉 시절이 그리워지겠지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여인이 되기 전의 풋풋한 소녀시절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설레는 시기라 나무로 치면 새 순이 나고 푸르게 무성하려 하는 연한 5월의 잎에 해당하는 시절이다. 우리 인생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그러기에 고래로 이 시절의 소녀들에 대한 노래들이 수없이 만들어졌다.

  이런 노래들은 보통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이라든가 다가올 보랏빛 연애이야기에 잠못 이루는 그 또래 소녀들의 정서가 대부분이다.

 

  1979년 여성 듀오 숙자매가 발표한 이 노래는 사랑과 연애의 감성을 배제했다. 그 나이 때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정서를 담았다. 불확실한 미래, 어른 세계에의 동경보다는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세계에의 두려움과 불안 등이다.

지나온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앞에 놓인 막연한 길로 걸어가려는 청년의 담담함이 주제다. 환상을 가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도 없다는 메시지가 엿보인다.

  나이를 주제로 한 노래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노래다.

  이 노래가 히트할 때 내 나이 열일곱이었다. 어린 소견에도 가사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었다.

 

 

  그때 내게 쉰네 살이라는 나이가 있을 거라고 걸 짐작이나 했으랴. 그런데 그 나이는 왔다. 돌아보면 아주 순식간이었다.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기는 건 싫지만 열아홉의 시절이 그리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시간은 무심하게 뒤로만 흘러가고 우리 앞에는 지금보다도 더 늙은 세월만 놓여 있으니.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거짓뿌렁인 줄 알면서도 두 그릇 세 그릇을 먹던 호기로운 시절도 있었거니와 그때 다른 애들보다 더 나이 먹지 않았고, 가끔 떡국을 안먹고 거르는 근래에 남보다 나이를 덜 먹지도 않았다.

  흐르는 세월을 어찌하랴. 그냥 담담하게 물 흐르는 대로 그 위에 떠가면 될 일이다.

 

  한국 사회에 악명 높은(?) 오팔년 개띠가 올해 회갑을 맞았다. 왜 화제가 되고 악명이 높은지 명확한 근거와 이유는 모르겠으나 파란만장한 세월과 함께 그 개띠들이 회갑이라니 지금 한 세대가 저무는 듯한 감회가 든다. 내 지인들도 오팔년 개띠들이 제법 많음을 깨단한다. 어쨌든 수고들 하셨고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들을 극복하고 참 열심히들 살아오셨어요. 앞으로의 삶을 위하여 다시 건배!




     





이승대 작사 작곡 숙자매 노래 : 열아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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